산행일시 ; 2009년 9월20일(일)
이동경로 ; 조침령-쇠나드리 고개-바람불이 삼거리-1080봉-왕승골 갈림길-갈전곡봉-구룡령
구룡령-양양-북대구-마산
산행시간 ; 11시간(휴게시간, 점심시간 포함)
날 씨 ; 맑음... 오후 짙은 안개....
밤새 한번도 깨질 않고 푹 잔 덕분인지 몸은 그런대로 움직일만 하지만 다리가 결리는 건 여전하다.
대략 9시간의 산행길이 예정되었기에 느긋하게 움직이려다 아픈 다리가 신경 쓰여 서둔다.
어제 저녁 밥을 먹지 못하고 쐬주 한병만 마신 것 때문인지.... 속이 쓰리다.... 에구....
한 숟갈 뜨다 만 밥은 팅팅 불어 있지만 물을 붓고 햇반 하나를 더 넣어 데우니 그런대로 먹을 수 있다.
밥을 먹고 텐트를 걷고 있는데 10여명의 산행객들이 헤드렌턴을 켜고 조침령으로 올라 오고 있다.
한계령 방향으로 가기에 목적지를 물으니 구룡령으로 향한단다.
방향이 틀렸다고 말해주고 그 팀이 떠난 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다. 아침이슬은 부디 털어주고 가시기를.... ^^~
어제 식수 길러오는 것을 생략했기에 대략 2시간 거리에 있는 '바람불이 삼거리' 까지는 바닥을 보이는 식수로 버텨야 한다.
최악의 경우 삼거리에서 물을 찾지 못하면 다시 2시간을 더 가야 식수가 있는 곳이 있기에 최대한 아끼며 입술만 적실 요량으로 베낭을 울러메고 어둠 속으로 들어 선다. 조침령에서 구룡령을 향하는 길은 임도를 따라 걷다 왼쪽에 있는 표시목을 따라 들어서면 나타나는 나무계단으로부터 시작된다.
<조침령에서 구룡령으로 향하는 나무계단>
30여분을 걷다 왼쪽을 쳐다보니 멀리 산 중간 쯤에서 계속 반짝이는 불빛이 신기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양수 발전 고압선로의 10여개의 철탑에 조명등을 설치하여 반짝이게 해 놓았다.
허허... 어둡고 외로운 길, 동무라도 삼아 여유롭게 산행하라는 한전의 배려인가....^^
쇠나드리 고개라 판단되는 곳에 도착해 표시목을 보니 바람불이 방향이 있어 잠시 헤깔려 지도를 펴고 봐도 물이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아 통과한다.
<쇠나드리 고개>
한시간 못되어 또 만나는 표시목... 황이리 방향이 있는 것을 보니 이 곳이 바람불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식수 때문에 신경이 제법 쓰인다. 지도상 식수 표시는 바람불이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가 있는 것으로 표시되었기에 오른쪽으로 살펴 보고 조금 내려가 봐도 계곡은 보이질 않기에 다시 길을 떠난다.
잠시후 만나는 넓은 공터... 표시목은 없지만 지도상 바람불이 삼거리란 생각이 든다.
오른쪽으로 잠시 내려가니 계곡의 흔적이 보이고 더 내려가니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을 만난다.
멧선생 발자욱도 보이고 여러가지 동물 발자욱이 보이는 걸로 봐서 이놈들도 이곳에 와서 물을 먹는구나 싶어
식수로 약간 부족한 듯 하지만 고여 있는 웅덩이 물을 길러 식수통을 가득 채우니 든든하다.
가벼운 마음에 무거운 베낭이다. 하기야 식수통을 채우면 2kg 더 늘어나니 이게 보통 무게가 아닌지라....
<식수를 채운 바람불이 삼거리라 판단한 너른 공터>
박센 오름길이 어제 다쳤던 허벅지 근육을 더욱 땡기지만 어쩌랴 가지 않으면 안되는데....
한걸음 한걸음... 호흡을 가다 듬으며 오른다.
강원도 산길은 짙은 숲길로 조망을 제대로 보여주질 않는다. 백화산... 이만봉 가는 길이 그립다....^^
표지목이 있는 1080봉이라 생각되는 곳에 잠시 쉰다.
제법 시간이 걸렸다. 스틱 하나에 허벅지 땡김은 오름길에 취약하다는 걸 여실히 느끼는 순간이다. 푸하하...
갈전곡봉 까지는 점점 높아지는 고도이기에 제법 신경이 쓰인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가자 가자 이 고통을 넘어 피안의 세계로 깨달음의 세계로....
<1080봉... 구룡령으로 향하는 길 중간중간에 간이쉼터가 있다>
연가리골 샘터가 있는 갈림길을 지나 956봉에 대간 들어 두번째로 흔적을 남긴다.
하나는 삼양대관령 목장 지나 있는 동해전망대 대피소이며 또 하나는 이 곳이다....
대간이 끝날 무렵이니 이제 한두개 쯤의 내 흔적을 남겨도 되지 않을까....
<연가리골 샘터 갈림길>
<흔적을 남기다.... ^^>
아픈 다리로 걷다 보니 시간이 제법 걸려 점심은 먹지 않고 행동식으로 때우며 대신 자주 쉬기로 한다.
5시에 출발하여 8시에 핫브레이크 1, 양갱1, 중간 사탕, 11시에 핫브레이크 1, 양갱1, 중간중간에 사탕, 1시에 핫브레이크 1, 양갱2, 중간중간 사탕으로 허기진 배를 자주 채운다. 나란 놈은 곱창에 뭔가가 채워져야 움직일 수 있는 구조인가 보다.... ^^
각설하고...
조망이 없는 지겨운 길을 오르락 내리락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 보니 갈전곡봉이 보이는 트인 공간에 서다.
아마 고갯길 안부 직전인 모양이다. 멀리 보이는 갈전곡봉으로 오르는 높은 산길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지도상 표시되는 표준시간은 1시간 20분... 오늘 같은 컨디션엔 2시간은 족히 걸리리라......
"왜 왔던가.. 왜에 와았더언가... 이리도 먼 길을 왜에 와았던가...." 신세타령이 절로 나온다.
<갈전곡봉으로 향하는 길.... 갈전곡봉은 왼쪽 짙은 숲에 가려 사진에는 보이질 않는다>
<고갯길 안부... 왕승골 삼거리>
<정겨운 표시지....오선 산악회...>
1016봉은 욕지기가 베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서고
1107봉은 인내력의 한계를 테스트하며 서고
갈전곡봉엔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놓지 않으려는 듯 억세게 부둥켜 안듯 선다. 만세 ~~~~ 갈전곡봉아 반갑구나...
<갈전곡봉 전경...>
이젠 서서히 고도가 낮아지는 내림길...하지만 대간길이 그리 쉬운 길인가...
반드시 한두번의 롤러코스트를 태운다. 내려섰다 오르고 내려섰다 오르고....
그렇게 구룡령 옛길 정상에 서고 다시 안개 자욱한 구룡령을 향해 내려선다.
<구룡령 옛길 정상>
<구룡령....>
내림길 끝에 있던 계곡은 바싹 말라 있고 조금이나마 흐르던 물은 말라가고 있다.
받아 둔 물을 아껴 온몸 구석구석을 씯고 옷을 갈아 입고나니 그래도 살만하다.
시원한 켄 맥주에 이틀간의 피로를 날려 버리고 오뎅 국물에 몸을 녹여 택시에 몸을 실어 양양으로....
양양에서 늘 그렇듯 저녁을 먹고 대구로 마산으로.... 집으로.... 무사히 돌아 옴에 감사함을 느낀다.
<소요금액 ; 80,600원>
교통비 ; 65,300원
구룡령-양양(택시) 30,000원 양양-북대구(버스) 21,900원 서대구-마산(심야버스) 9,400원 마산(택시) 4,000원
간식비 ; 15,300원
켄맥주(1) 3,000원 오뎅(4) 2,000원 산채비빔밥(1) 6,000원 음료수(3) 4,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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