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完)

백두대간 종주 제38일차... 진고개-구룡령...

紫雲 2009. 8. 31. 15:52

산행일시 ; 2009년 8월30일(일)

이동경로 ; 진고개-동대산-차돌백이-신선목이-두로봉-신배령-만월봉-응복산-마늘봉-약수산-구룡령

                구룡령-양양-북대구-마산(귀가)

산행시간 ; 11시간30분 (휴게시간, 점심시간 포함)

날 씨 ; 비, 안개...

 

젖은 옷을 침낭 속에 깔고 잤더니 침낭이 축축하다.

새벽 2시가 넘는 것을 보곤 좀더 자려고 했지만 계속 들리는 차엔진 소리... 말소리....노인봉으로 향하는 등로길 가까운 곳에 텐트를 쳤더니 지나가는 발자욱 소리가 잠을 방해한다. 주섬주섬 일어나 밖을 나가니 이슬비가 하염 없이 내리고 있다.

아....하.... 지겨운 비....비.... 그래도 가야지... 가야겠지....

 

이젠 대간 고참에 속하는 말년 병장이라 내리는 비가 대수롭지 않게도 생각들 만도 한데...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이슬의 차가움과 신발을 질척이게 만드는 걸 생각하면....에구구...

어제 저녁 라면 국물에 김치를 넣고 만들어 두었던 김치국밥을 데워 먹고 텐트를 걷는다.

무려 5팀이 온 대간등산팀들 중 어째 동대산으로 향하는 팀은 한팀명도 없냐~....전부 노인봉으로만 향한다.

짙은 어둠 속,이슬이 가득한 숲길을 단체팀이 뚫어 주면 후속으로 가는 사람이 편할텐데.....

 

아무도 없는 짙은 어둠 속으로 들어선다. 새벽4시.... 숲길은 안개비와 고요함만이 가득하다.

침묵의 세계 속에 오직 나 혼자만이 존재하며 그 침묵을 하나하나 깨고 나간다. 오름이 제법 박센길....

5시... 아직 여명은 밝아 오질 않고 안개속... 너른 공터가 있는 동대산에 서다.

어둠 속의 초행길... 동대산에서 두루봉으로 향하는 길은 당연히 있을 법한 대간 표시 리본이 없다.

뚜렷한 등로를 찾아 내림길로 내려선다.

 

두로봉까진 500미터 간격으로 있는 119 표시목과 산림청에서 세운 안내표시목이 있기에 길을 헤멜 염려는 없지만 나에겐 대간 표시지가 확실한 믿음이 가기에 불안한 마음이다. 어느새 안개비는 그치고 이젠 안개 만이 자욱하다.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한 등로... 우람하게 버티고 서있는 하얀 돌덩이 3개....주위에 무수히 산재해 있는 흰돌멩이들...

차돌백이이다. 구닥다리 사진기로 열심히 셔터를 눌러 보지만 한계를 절감한다. 아이고 아들놈....^^~

 

신선목이를 거치며 12시에 구룡령에서 출발했다는 산행객 네분을 만나고 두로봉으로 올라선다.

감시초소가 있기에 이른시간이지만 조심스러운 길...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다 산행객임을 확인하고 초소를 지난다.

너른 공터엔 아침을 먹는 산행객 20여분이 모여 있다. 권하는 아침을 사양하며 안부만 전하고 급경사 내림길로 내려선다.

 

잠시 내려서다 만나는 야생머루.... 입안 가득 시큼함과 텁텁함을 느끼며 다른 산행객들과 머루를 탐닉하는 여유를 갖는다.

너른 공터에서 만난 대간꾼들과 같은 일행이다. 새벽 2시30분에 구룡령을 출발했단다.

국공파들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밤12시, 새벽2~3시를 무릅쓰고 산행을 하는 사람들....

 

대간꾼과 국공파.... 대한민국 국토를 온전히 두발로 걸어 보고자 하는 순수한 열망의 대간꾼들과 자연을 보호하려고 출입금지 구역을 만들고 단속을 하는 국립공원파견지원(일명 국공파)과의 잡으려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는 자와의 숨박꼭질...

등산로를 개방하고 꾸준히 정비해 나가며 등산객의 안전을 보호하며 동시에 자연을 보호하려는 산림청과 일단 막아 놓고 출입을 금지시키며 자연을 자연 그대로 두고 보호하려는 국립공원.... 어떤게 옳은 것이지...

대간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딜레마는 오늘도 계속된다.

 

 <동대산...>

 

 <차돌백이...>

 

 

 <신선목이...>

 

 <두로봉...>

 

 <두로봉 초소>

 

 <위는 초록의 싱그러움을 자랑하는 주목이지만...>

 <아래는 이런 깊은 상흔을 안고 있다>

 

깊은 숲속의 숨결을 느끼며 신배령으로 내려선다.

다시 만나는 대간표시지.... 반가운 마음이다.

대간을 하며 알게 모르게 의지가 되어 왔기에 그리운 이름들도 있고 정겨운 산악회도 있다.

등로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헤메다 익숙한 이름의 대간 표시지를 보면 얼마나 반가운 것인지...

 

이제부턴 통제구역을 벗어 났기에 표지목도 보이고 등로길도 제대로 꾸며져 있다.

만월봉에 서고 응복산에 오른다.

응복산에서 약초산행을 하는 부부 두쌍을 만나고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드시고 있는 감자와 옥수수가 먹음직스러워 보여 자리를 펴고 점심을 준비한다. 카레와 햇반을 넣어 끓이니 먹음직스러운 카레라이스가 된다.... 푸하하...

 

감자와 옥수수를 얻고 마땅히 드릴 게 없어 껌과 사탕을 드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져 짐을 챙기는데 응복산에 오르는 등산객을 만나다. 인사를 하며 '마산에서 오신 분이지요'하며 아는체를 하시기에 깜짝 놀라다. 강원도 오지에서 아는 사람이 있을리 없고 마산 분이신가 싶어 자세히 보았지만 처음보는 얼굴인지라 어떻게 아시느냐고 되물으니 피재에서 댓재를 향할 때 인사를 나누었던 분들이다. 다섯분.... 두분은 광주에서 세분은 부산에서 출발, 합류하여 차량 한대씩을 들머리 날머리에 각각 두고 대간을 타고 차량으로 이동 후 헤어지신다는 분들... 참 편리한 방법으로 산행을 하시는 분들이라 싶어 인사를 나눈 얼굴이 이제야 기억나다니...

 

6월6인가...이분들이 피재에 도착하여 야영지를 정자에 두기로 하고 댓재에 차량을 두고 다시 돌아왔더니 나와 부산 대간부부가 정자에 텐트를 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밑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는 이야길 산행중에 만나 들었던 적이 있어 반갑게 인사를 드렸다. 푸하하... 인연이란 묘하고도 묘한 것....잠시 이야길 나누고 엉덩이를 털다.

 

마늘봉 도착전 쉼터에서 뒤따라 오던 광주부산팀을 먼저 보내고 마늘봉에 오른다. 아직도 안개는 자욱하다.

1210봉을 지나 1280봉을 지나며 구룡령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 희한한 등로길을 만나다.

구룡령 3...키로의 표시목을 만나고 구룡령 2....키로의 표시목을 만난 것 같은데 또다시 구룡령 3....키로를 만나다니...

허허참... 구룡령이라더니 아홉마리의 용들이 도술을 부려 어떤 길에서는 구룡령을 당겨 놓았다가 어떤 길에서는 늘려 놓았다가 하는 것인겨.... 뭔겨... 이거이....^^

 

 <신배령...>

 

 <신배령을 지나면 등로길을 가꾼 흔적들을 만난다>

 

 <만월봉...>

 

 

 <응복산...>

 

 <명개리 갈림길...>

 

 <마늘봉...>

 

 <1261봉...>

 

 <이틀동안 우중산행이라 바지와 신발이 말이 아니다...>

 

 <1280봉...>

 

약수산 500미터 표시목을 만나고 곧 만날 약수산 정상을 생각하신다면 아홉마리의 용들이 부리는 도술에 빠짐을 느끼게 되시려나..

500미터 약수산 정상을 오르며 마음 속으로 끊임 없이 되내었던게....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가자 가자 피안의 세계로 깨달음의 세계로......였다면....

푸하하... 오호통제라... 표지목을 세운 사람들이여....

 

김빠진 맥주처럼 푸석한 걸음으로 약수산 정상을 오르고 이젠 내리막 길.... 구룡령....

다행이도 여기서부터는 아홉마리 용들의 도술이 금제된 지역인지라....정상적으로 내려 선다.

이젠 양양으로 가야만 하는 일만 남았다.

 

 <왠지 모를 정겨운 길...^^>

 

 <약수산 직전 조망처에서 보는 구룡령에서 양양가는 도로...>

 

 <양양 방면의 조망...>

 

 <약수산 정상에 서다...>

 

 

 <폐쇄된 산림전시관...>

 

 <구룡령 표지석....>

 

 

택시를 부를 것인지 히치를 선택할 것인지....그래도 명색히 대간 말년 고참 병장이 아닌가....

과감히 히치를 선택하기로 하고 구룡령에서 조침령으로 향하는 들머리 입구의 계곡으로 향한다.

산행을 끝내고 히치를 선택한다면 찌든 땀냄새를 없애는 것이 필수조건이고 깨끗한 옷과 커다란 베낭은 충분 조건이 되려나....

 

아무도 없는 계곡에서 졸졸 흐르는 물로 온몸 구석구석을 닦아내고 비누로 깨끗이 씻어 낸다.

흠.... 비누냄새에 상쾌함이 가득하다. ^^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고 도로로 다시 올라 선다.

나이 지긋하신 분이 먼저 말을 거신다.

"저 밑에서(홍천방면의 도로를 뜻하는 듯) 그 베낭을 메고 지금 올라 오시는 길인가?"

"아닙니다. 방금 진고개에서 구룡령에 도착해서 계곡에서 씻고 올라오는 길입니다"

-어째 이야기가 술술 풀려 갑니다.... 하하하...^^-

"그러면 구룡령에서 다시 산길을 타고 조침령으로 넘어갈 생각이신가?" 점잖게 물으시기에

"이번 산행은 끝났고 지금 양양으로 가서 마산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옆에 있는 게 텐트인가?" "네" "그러면 산에서 야영을 하고 산행을 하시는가?" "예"......

"버스도 없는 곳인데 양양으론 어떻게 가려는가?"

"안그래도 히치를 하다 안되면 양양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갈천약수까지 걸어가려고 합니다."

"그런가 내 차를 타시게 그곳까지 태워주지...." 올~~~~~~~~~~~레~~~~~~~~에헤라디여~~~~~~~~!!!

 

소설처럼 일이 풀려 갈천약수까지 태워 주신다던 어르신이 넉넉한 마음으로 양양시외버스 터미널까지 태워 주신다.

오후 3시30분에 구룡령에 내려서 씻고 어르신의 차를 타고 양양에 도착한 시간 4시15분....

아....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양양에서 넉넉한 시간을 보내다.

이틀 동안 우중산행을 한지라 온몸을 씻어도 등산화 속의 꼬리한 냄새는 없애지 못하는 지라...

6시30분에 있는 북대구행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식사를 하고 천냥숖에 들러 슬리퍼를 하나 사서 신고나니 마음까지 상쾌한 듯...

 

북대구 도착 10시25분... 걸어서 15분 거리의 서대구 고속터미널의 동대구발 마산행 11시 심야버스를 타고 귀가하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신다는 체어맨 XX 2875 어르신 부부와 아드님께 이 글로 감사한 마음을 다시 전합니다.

 

<소요경비 ; 49,700원>

교통비 ; 35,300원

   양양-북대구(버스) 21,900원 대구-마산(서부터미널, 버스) 9,400원 마산-교방동(택시) 4,000원

간식비 ; 13,400원

   정식(공기밥 추가) 7,000원 음료수(2) 2,400원 고구마스틱(1) 2,000원 핫바(1) 2,000원

기타 ; 1,000원(슬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