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령-조침령-한계령으로 이어지는 대간 북진길을 이번 만큼은 여러가지 이유로 한계령에서 구룡령으로 향하는 남진을 결정하다. 한계령에 내려 섰을 때 몸 씻을 곳이 마땅찮고, 단목령, 한계령 지킴이를 피하기 위해선 단목령에선 아침8시30분 전에 통과해야 하고 한계령에선 오후 6시를 넘겨야 하기에 그 시간에 택시를 불러 양양으로 가서 심야를 타고 대구로, 또 아침 첫차로 마산으로 와서 출근을 하기엔 너무 무리한 일정일 것 같고, 특히 단목령 지킴이 '단소영감님'이 요즈음 심하게 단속을 하지 않고 이름만 적고 진동계곡의 '풍경소리'란 팬션에서 식사를 권한다는 이야기, 또 사니조아님의 최근 점봉산 산행기를 보면 그 마을에서 민박을 하면 점봉산 산행을 허가해 준다는 것... 등등의 이유로 한계령에서의 출발산행과 단목령에서의 정면돌파를 결정하게 되었다.
오늘도 마산-대구-양양으로 이어진다.
코고는 사람의 코골이 소리가 흥겨워 질 무렵 새벽2시15분 잠결에 양양이란 소리에 놀라 일어나 버스에서 내려 섰다.
근데 이게 왠 일... 시외버스 터미날이 아니다. 물어 볼 새도 없이 버스는 떠나고 허허벌판 비슷한 곳에 나홀로 섰다.
옆에 정류장에 서 있는 택시에 가서 물어 보려니 기사 아저씨는 한참 꿈나라 여행중이라 깨우지도 못하고....
건물이 많이 있는 곳이면 시외버스터미날이 있겠지 하는 기분으로 무작정 버스가 갔던 환한 길로 따라 간다.
고생의 시작이다... 허허허... 30여분을 걸어가도 터미널 비스무리한 곳이 보이지 않고 속초 표시판만 보인다.
이 길이 아닌겨.....?
마침 집으로 들어서는 차량을 발견하고 여쭌다.
지나 온 길을 다시 터벅터벅 내려간다. 택시는 주위를 쳐다보지 않고 운전하는지 손을 들어도 그냥 쌩쌩 지나가고...
버스에서 내렸던 곳에 도착하니 오른쪽으로 꺽이고 멀리 버스터미널이 보인다.
무거운 베낭을 메고 한시간을 걷고서야 터미날에 도착..... ^^
이거 오늘 하루 고생의 전조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편의점에 들러 조침령에서 먹을 쐬주 한병을 구입하고 택시를 타고 식사할 만한 곳을 부탁한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이야기... 한계령... 3만5천원... 3만원...흥정을 하고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려니 밖에 대기중이신 기사 아줌마가 맘에 걸린다. 식사를 같이 하고 한계령 필레약수길 철조망 앞에 섰다.
산행일시 ; 2009년 9월19일(토)
이동경로 ; 한계령-망대암산-점봉산-단목령-북암령-조침령
산행시간 ; 11시간30분(휴게시간, 점심시간 포함)
날 씨 ; 아침 안개... 오후 개임...
안개는 자욱하고 간간히 뿌리는 안개비.... 한치 앞을 보기 힘듬....
아... 하.... 강원도 들어서서는 좋은 날씨 만나기가 하늘에 별따기 보다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야하는 길... 가....야....지....
새벽 4시 40분... 산신령께 기도를 드리고 철조망 옆 사이길로 올라간다.
잠시후 만나는 초소... 스치듯 지나치고 빡센 오름길을 오르니 떠억허니 만나는 암릉...
안개에 젖어 미끄러운 암릉길... 이건 유격 훈련이 아니라 특공대들이 목숨을 걸고 올라가야 하는 아찔한 길이다.
무거운 베낭... 미끄럽고 위태한 암릉길... 문장대에서 밤티재로 향하는 개구멍바위길보다 더 심한 길이다.
오르고 내려서고 또 오르고 내려서길 몇차례... 슬슬 지쳐갈 무렵...
미끄러운 어두운 내림길에서 엉덩방아를 찌으며 "뿌직" 소리가....
아..... 또 스틱을 부러트렸다. 벌써 몇개째인지... 오른쪽에 집었던 스틱이 완전 부러져 아예 접혀 있다.
한쪽 스틱으로 가야하는 오늘 내일 길도 고생이 훤하겠구나.... 에혀~.... ^^
<짙은 어둠, 안개속... 올라가야 할 암릉길...>
<우회한 암릉.... 거대하다>
<숲속의 앉아 쉴 수 있는 바위치곤 제법 유명세를 탄 바위... 일명 UFO바위...^^>
<숲속의 아침>
안개속이지만 그래도 아침해는 밝아오고...
망대암산으로 향하는 길 숲 사이로 보이는 한계령에서 넘어 온 암릉이 엄청난 박력으로 보인다.
참 저런 길을 무사히 넘어 온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해야지....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숲 속으로 보이는 암릉길...>
안개 속 세찬 바람 속의 망대암산에 잠시 서고 바로 내려 선다.
안개만 걷혀 준다면 내설악의 속살을 훤히 볼 수 있는 점봉산의 조망이 기대되련만...
안개는 걷힐 생각을 않는다.
'밤 안개에가 가아득히 쓸쓸한 바암 거어리.....' 중얼 중얼.... 흐느적 흐느적....
<망대암산 오름길... 숲은 가을에 젖어 들었다>
<지나 온 길... 망대암산 직전>
<망대암산>
<정상에서 점봉산으로 향하는 길...>
간간히 보이는 주목이 아름다운 점봉산에 서고 세찬 바람에 쫒기듯 내림길로 내려선다.
단목령으로 향하는 길... 토요일이라 그런지 대간부부 한쌍을 만나고 다시 여섯분을 만나고 또 네분을 만난다.
아침 일찍 단목령을 통과하신 분들이다.
단목령이 가까워 질수록 '단소영감님'이 슬슬 걱정된다.
배에 힘을 단단히 주고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 서는데....
어렵쑈.... '단소영감님'이 친절하게도 마중을 나와 계신다....
<점봉산 오름길에 만나는 주목>
<점봉산에서 보는 내설악... 안개 때문에 안내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점봉산에 서다...>
<단목령 내림길...>
<단목령 장승... 오른쪽 살짝 보이는 단목령 선배님 ^^>
"안녕 하십니까 선배님"...
"내가 왜 자네 선배야"
"해병대 제대하셨다는 이야길 들은 것 같아서요..."
"해병대 제대 안했는데..."
"그러면 인생 선배님이니 선배님이지요"
"허... 뒤에 몇명이 있어..."
"저 혼잔데요..."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며 초소로 친절히(?) 안내하신다...
"선배님 기념사진 같이 찍어시죠" 하니 "내 얼굴이 사진에 나오면 딱지를 끊을거란다"... 이게 왠 일....
사진에 안 나오면 딱진 끊지 않겠다는 말씀....^^
"배 고픈데 풍경소리 가서 점심 먹고 올라오면 되지요"... 미리 선수를 쳤다.
"안돼 이름하고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적어" 하며 종이를 내민다.
선선히 시원스레 적는다. 잠시 이야길 나누다 밥 먹고 오라며 베낭은 두고 가란다.
진동계곡의 풍경소리에 가니 밥은 없고 라면만 가능하다기에 라면을 부탁드리고 한참을 쉰다.
라면만 주기엔 미안하다며 닭죽과 산채비빔밥 약간 남은 것을 같이 주신다. 꿀 맛이다.
3천원을 드리고 떠나려는데 주인아줌마께서 신신당부를 하신다.
단목령지킴이 되시는 분이 이 마을 사람들을 도와 주려고 단목령에서 대간꾼들을 내려 보낸다고...^^
<풍경소리 팬션...>
<진동계곡에서 단목령으로 오르는 길...>
배는 부르고 솔솔 부는 바람에 잠이 왔는지 다시 단목령으로 향하다 길을 잃었다.
분명히 맞는 길이지 싶어 따라 올라가니 점점 깊어지는 숲길... 희미한 흔적만 남고.... 동서남북 구분은 안되고...
다시 돌아 내려서는데... 내려서는 길에서 마저 길을 잊었다...... 으.... 아..... 대간꾼 주제에 이런 길에서 길을 잃다니....
심호흡 한번 하고... 일단 계곡으로 내려 섰다.
진동마을로 향할 때 계곡을 계속 끼고 갔으니 계곡으로 향하면 다시 내려설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서다.
미끄러운 길.... 조심해서 내려가다 옆으로 굴러 미끄러졌다.
충격이 심하게 전해지는 왼쪽허벅지.... 조심스레 몸을 가누며 왼쪽허벅지를 보니 상처만 있을 뿐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
(아직도 욱신거리는 걸 보면 되게 다쳤던 모양이다) 절룩거리며 계곡을 내려가니 단목령에서 내려 왔던 길이 보인다.
한참을 올라와도 너무 올라 왔던 모양이다.
단목령 선배님은 내가 조침령에서 산행을 끝내는 줄 알고 자기 퇴근시간에 맞추면 조침령에서 양양까지 태워주신다기에 야영할 예정임을 말씀드리고 작별인사를 나누다 (이 분은 내가 조침령에 무사히 도착했는지 안부 전화까지 해주셨다)
절룩거리는 다리와 한쪽 밖에 없는 스틱은 산행을 지치게 만든다. 북암령을 지나고 숲 사이로 보이는 양수발전 상부댐을 지나고 한쪽의 조망이 시원스레 보이는 곳에 섰다.
멀리.... 동해가 보인다..... 동....해....
대간 산행길에 그렇게 보고 싶었던 동해가... 안개가 잠시 걷힌 틈으로 시원스레 보인다.....
저 방향인 것 같으면 하조대 쪽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을 앉아 즐기다...^^
<북암령...>
<모처럼 조망이 보이는 곳에서 동해를 바라보다>
<위 사진 오른쪽으로 연결>
<위 사진 오른쪽으로 연결>
<동해쪽... 당겨보다...>
<양양 양수 발전소 하부댐...>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서니 거대한 조침령 표지석이다.
임도를 따라 오른 쪽으로 조금 더 가면 군부대에서 세운 표지석이 하나 더 있다.
식수를 구하려 임도 왼쪽길을 내려가려다 (단목령 선배님의 설명으론 임도길을 따라 1~1.5km 내려가면 컨테이너가 나오고 그 옆에 수도가 있다고 한다) 지친 몸으로 내려갈 엄두가 안나 포기하고 고르게 조성해 놓은 표지석 옆 공터에 텐트를 치다.
저녁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밥알이 모래알을 씹는 것 같아 넘어가지가 않아 쐬주 한병만 마시곤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조침령 직전 쉼터>
<나무계단길>
<조침령...>
<또다른 표지석...>
<소요금액 ; 85,500원>
교통비 ; 66,600원
마산고속버스터미널(택시) 4,000원 마산-동대구(서대구, 버스) 8,500원 대구-양양(북대구,심야) 24,100원
양양터미널-한계령(택시) 30,000원
간식비 ; 18,900원
해장국(양양,2) 12,000원 음료수(2) 2,600원 소주(1) 1,300원 라면(단목령)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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