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하는 100대 명산 산행 40번째 이야기>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10여일 넘게 계속되다 그제 내린 비로 제법 쌀쌀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함양의 '황석산, 거망산' 산행을 위해 옆지기와 길을 나서다. 동창원을 지나 남해고속도로를 타고가다 군북에서 국도로 내려 의령, 대의를 거쳐 산청으로 향한다.
곳곳에 개설, 확장하는 공사에 몸살을 하는 도로를 따라 생비량을 거치고 진주-함양간 국도를 거쳐 용추계곡을 향하는 도로를 따라 오르다 황석산 표시판이 있는, 일요일임에도 황량한 도로 귀퉁이에 차량을 주차시키고 산행채비를 한다.
용추계곡을 향하는 도로 우측으론 기백,금원산이 좌측으론 황석,거망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다.
유등마을 오름길로 오르다 유등마을,연촌마을,용추농원 갈림길에서 중간의 연촌마을로 10여분 오르면 콘크리트 도로가 끝나고 마을 끝자락 즈음에 황석산 오름길이 연결된다. 산악회 표시기와 흙길이 산행의 시작을 알린다.
지난 주 천주산 산행으로 몸을 어느정도 풀었기에 오늘의 산행은 조금 길게 잡는다. 7시간이 조금 넘을 산행길....
<연촌마을 끝자락에 있는 황석산 오름길... 임도를 따라 잠시 오르다 오른쪽 등산로를 오른다>
<망월대 도착전 오름길의 낙엽을 즐기다>
흐린 듯한 날씨... 오르막을 오르고 계곡을 지나 숲길을 벗어나 조망처에 섰지만 박무로 시원한 조망은 보여주지 않는다.
겨울산행의 재미는 장쾌한 조망이나 눈꽃을 즐기는 것인데... 조망도 없고 눈이라곤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겨우 응달에 녹지 않은 얼음뿐...
'시원하고 장쾌한 조망을 보여 주든지, 눈이라도 내려 눈산행의 즐거움이라도 주든지...' 투덜거리며 황석산성에 도달했을 즈음....
덕유산 방면으로 보이기 시작한 짙은 구름.... '틀림없이 눈구름이다~!!!'
확신 아닌 확신을 가지며 황석산 정상에 오르기 시작할 때 내리기 시작하는 눈... 아니 눈바람...
왔구나~ 하~아... 에헤라 디여~~~^^
<지나온 능선길... 밑으론 신안리, 교복리 마을...>
<망월대에서 보는 황석산과 능선...>
<망월대 바위 끝자락에 서다...^^>
<황석산 도착전 너른터에서 보는 황석산 정상부>
<위 사진 왼쪽으로 연결...>
<정상으로 향하는 길... 황석산성>
산성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암릉을 타고, 밧줄에 의지해 오르는 길이라 유격훈련을 방불케 한다.
혹시 모를 안전에 유의하며 옆지기를 앞세우고 유격훈련을 하듯 거센 바람을 뚫고 정상에 서다.
칼바람에 제대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다... 그래도 증명사진은 남겨야지....
산행에 나선 등산객을 만나면 사진을 부탁할 요량으로 산 밑을 둘러봐도 산행객은 보이질 않는다.
휴대용 삼각대를 세우고 옆지기와 기념사진을 남기곤 바로 탈출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보는 산성과 1102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 칼바람에 완전무장... ^^>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보는 북봉과 그 앞의 거북바위.... 눈은 내리기 시작하고...>
<정상에 서다...자그마한 정상석에, 칼바람에 자세를 한껏 낮추다...>
<급경사 내리막 암릉길...>
<당겨 본 거북바위...>
<산성에 내려서 뒤돌아 본 황석산 정상부...>
정상에서 북봉으로 내려서는 길도 바위와 급경사라 내리는 눈에 위태하다.
이번엔 내가 앞서고 옆지기를 서브한다.
내림길을 완전히 내려서고 눈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점심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온 몸과 장비에 쌓여가는 눈...
판쵸우의를 꺼내 급히 임시텐트를 만들어 옆지기와 오붓하게 라면과 스팸, 따신 밥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점심을 즐기고 커피 한잔의 여유 마저 즐기는 시간을 보내며 내리는 눈을 만끽한다.
<바람과 눈을 겨우 피하던 옆지기의 이런 인상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요...^^>
이젠 북봉, 거북바위로 향한다. 오름길....
짙은 눈바람 속, 미끄러움이 심해지는 길... 안전을 우려하여 옆지기와 우회로를 선택, 북봉을 스치듯 지나가고 거망산으로 향한다.
뫼재를 지나고 계속되는 오르락, 내리락...앞서가던 옆지기의 순간적인 슬라이딩... 그리고 들리는 비명....아~~~차차...
응달에 있던 얼음판에 눈이 살짝 덮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옆지기의 엉덩방아....
호흡을 고르고 있는 폼이 제법 심하게 방아를 찌었나 보다. 옆에서 다둑이며 아이젠을 신고 이젠 내가 앞선다.
한참을 나가다 미끌링.... 철퍼덕....이젠 내가 엉덩방아다... 푸하하.... ^^
심하진 않아 그냥 앉아 있었다. 엉덩이에 전해지는 차가운 감촉이 마냥 시원하기만 하다.
뒤따라 오던 옆지기의 얼굴에 웃음이 감돈다. 내 얼굴에도 웃음이 감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시원하고 상쾌함이 가득하다. 하얗게 쌓여가는 눈이 포근하다.
잎이 피지 않은 겨울의 하얀 나뭇가지 사이로 눈이 너울 치고 옆지기와 내 머리를 하얗게 물들인다.
편안하고 상쾌하다. 이 산에선 타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생명체일 따름인 나와 옆지기는 만족스런 웃음을 짓는다.
이제사 겨울의 끝자락에 서 있음을 안다. 이 눈이 끝나면, 이 세찬 바람이 잦아들 무렵이면 봄의 화사함이 피어 오르지 않을까...
<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눈 속에 흠뻑 빠지고...>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부부가 같이 걷는 발자욱만 남기는 즐거움도 만끽하며...>
거망샘, 용추계곡 갈림길에 서다. 이제 눈은 서서히 그쳐 간다. 구름에 쌓이듯 넉넉한 품의 거망산이 보인다.
오름길을 올라 푸근한 육산 거망산 정상에 서고 다시 갈림길에 돌아와 용추계곡으로 향한다.
급한 내리막... 하얀 계곡...3개의 소폭을 지나 용추사를 지나고 장쾌한 물줄기를 자랑하는 용추폭포를 즐기며 하산길에 다다르다.
지겨운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와 트럭을 만나고 짐칸에서 황석,거망산 산행을 마치다....
<거망산 오름길...>
<눈꽃을 즐기다...>
<지장골 1폭...>
<2폭...>
<3폭...>
<용추사 대웅전...>
<용추 폭포...>
<장수사 일주문...6.25때 불타 버린 장수사의 빈절터를 외로이 지키고 있는 '덕유산 장수사 조계문'...>
<부도...>
2009년 2월15일...넉넉하지 만은 않았던 7시간의 산행길... 같이 즐겨셨기를...終
♣ 거망산(1,245m)과 황석산(1,235m)은 남덕유산 남녘에 솟은 범상치 않은 바위산이다. 거망산은 말등같이 매끈하면서 넓고 긴 능선에 억새밭이 장관이고 황석산 정상부는 암릉으로 이어지는데 중간에 우뚝솟은 쌍립한 암봉미가 일품인데 설악산 용아릉에 비유 될 정도이다. 백두대간 줄기에서 뻗어 내린 네개의 산 기백, 금원, 거망, 황석 가운데 가장 끝자락에 흡사 비수처럼 솟구친 이 봉우리는 덕유산에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가을철에는 거망에서 황석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광활한 억새밭이 장관이다. 금원, 기백산과의 사이에는 그 유명한 용추계곡이 있다. 6.25때 빨치산 여장군 정순덕이 활약했던 곳이 바로 이웃의 거망산이다. 황석산성은 함양땅 안의.서하 사람들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중요한 유적이다. 정유재란 당시 왜군에게 마지막까지 항거하던 이들이 성이 무너지자 죽음을 당하고 부녀자들은 천길 절벽에서 몸을 날려 지금껏 황석산 북쪽 바위 벼랑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인근의 정자가 유명하며, 특히 농월정, 동호정, 거연정, 군자정 등 경상도의 정자 문화를 대표한다. <한국의 산천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