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完)

백두대간 종주 제17일차... 늘재-버리미기재

紫雲 2008. 10. 13. 21:51

10월6일... 베낭끈을 수선하고, 카메라는 오래전 구닥다리지만 급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챙겨 넣고 또다시 대간길에 나선다.

돌아 왔던 길 되짚어 간다. 마산-구미-상주-늘재....

이번엔 시간을 알기에 느긋하게 구미로 향하고 다시 돌고도는 버스가 아닌 상주 직행을 선택... 상주에서 등산용 장갑을 가져오지 않은 게 생각이 나 터미날 2층 홈에버에서 장갑 1묶음, 베터리 4개를 구입하곤 입석리로 가는 막차를 탄다.

미리 버스기사 아저씨께 양해를 구하고 자바라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 버스에 몸을 맡겼다. 저녁 7시20여분 지난번에 봐둔 '어머니 사랑 동산' 표지석 뒤로 텐트를 치고 야영에 들어가는 것 까진 좋았지만.... 밤새 차량이 들락나락 거리며 선잠을 자주 깨다.... 이런....

 

산행일시 ; 2008년 10월7일(화)

이동경로 ; 늘재-청화산-갓바위재-조항산-고모령-밀재-대야산-곰넘이봉-버리미기재

산행시간 ; 11시간 (휴게시간, 간식시간 포함)

날 씨 ; 아침 짙은 안개. 점심 맑음....

 

 <어머니 사랑 동산>

 

산신당 앞을 지나며 대간 산행길의 안녕을 기원하며 청화산을 향해 오르다.

해발 400에서 984고지를 오르다 보니 오르막이 제법 빡세다.

안개 자욱한 길... 청화산을 오르는 길은 몇군데를 제외하고 부드러운 육산이다.

가을이 짙어가고 아침 공기는 상쾌하게 흐르는 땀을 기분 좋게 훓어 간다. 흠.... 상쾌함이 온 몸의 세포를 구석구석 일깨운다.

 

 <정국 기원단... 청화산 오르는길>

 

 <청화산 오르는 길에 되돌아 본 속리산의 능선...>

 

 <발 밑으로 펼쳐진 운해...>

 

청화산에서 보는 주위의 조망은 없다.

청화산을 지나 조항산을 향하며 만나는 '우복동천'이란 글귀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무슨 뜻일까...

우복동( 洞)

병화(兵火)가 침범하지 못한다는 상상 속의 마을, 경상북도 상주와 충청북도 보은 사이의 속리산에 있다고 한다.

상주시 화북면 일원을 십승지의 하나인 우복동이라 칭하고 있음

우복동천

‘우복동천’은 상주시가 화북면의 관광자원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지난 5월에 개설했다.

본 등산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답고 긴 37.8km의 원점 회귀코스로써 도장산, 속리산, 청화산을 연결하고 있다. 

 

 <청화산 정상에 서다>

 

 <청화산에서 만난 가을...>

 

 <갈림길에서 만나는 이정표... 우복동천이란 글귀가...>

 

여기서 하나의 의문점이 든다. 상주시가 우복동천을 내세우며 올해 5월에 우복동천 보물찾기 행사도 열고 하였지만 문장대에서 늘재까지는 아직도 출입금지 구역이다. 그러면 우복동천이란 등산로에 매혹되어 전국의 산꾼들이 즐겨 찾아 문장대에서 밤티재를 지날 때 국립공원 단속반에 걸려 벌금 50만원을 물게 되면 그 돈은 상부시에서 보전해 준다는 것인가....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지... 한군데선 대대적으로 등산로를 홍보하고 한군데선 걸리면 즉각 50만원 과태료를 물리고.... 이런 된장....

 

조항산 가기전 갓바위재로 향하는 길은 암릉길이 우람하게 버티며 있다.

암릉을 오르고 내리며 주위 조망을 즐긴다.... "아..하... 좋구나... 산이여"

가을이 선걸음으로 다가옴을 느끼며 갓바위재를 지나 암릉길을 또 즐긴다....

제법 다리에 힘이 들어감을 느낄 무렵... 조항산에 오르다.

 

 <안개와 바위와 가을의 만남... 갓바위재 가는 길>

 

 <의상 저수지와 안터마을...>

 

 <지나온 대간길...>

 

 <가야할 대간길... 암릉이 시원스레 보이는 조항산> 

 

 <지나온 길...연결된 마루금이 시원스럽다>

 

 <암릉을 즐기다>

 

 

 

 

 <주위의 능선을 즐기다>

 

 <조항산 오르기 직전...>

 

 <조항산에 서다>

 

안개는 걷히고 거침없는 조망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멀리 이름도 얄궂은 '마귀할미 통시바위'도 보이고 그 옆의 '손녀마귀 통시바위' '둔덕산'도 장쾌하다....

그러나 밑으로 보면.... 가.슴.이.아.프.다....

훼손된 산허리가 볼상 사납게 파여져 있다... 허옇게 드러낸 속살... 저 산은 얼마나 아팠을까?...

 

 <멀리 대야산도 보이고... 훼손된 부분 바로 뒤, 오른쪽에 있는 산>

 

 <마귀할미 통시바위와 손녀마귀 통시바위도 보이고...가운데 훼손된 부분의 봉우리가 마귀할미, 그 옆 뾰족한 봉우리가 손녀마귀 통시바위>

 

 <오른쪽 높은 봉우리가 둔덕산...>

 

다리가 제법 뻐근해지고 스틱을 잡은 손에 힘이 주어지는 내리막을 내려서 고모령에 도착 고모샘을 찾아 10여미터 미끄럼길로 내려간다. 

제법 시원한 물맛이다. 수통에 들어 있던 물을 비워 버리고 고모샘물을 채우곤 다시 길을 나선다.

점점 다가오는 마귀할미 통시바위의 기암...돌아와 이름의 내력을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나오질 않는다. 하여 마음 가는대로 해석해 본다.. ^)^

 

 <고모치와 고모샘...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약했지만 갈증을 풀어주는 시원함이 ...>

 

'마귀할미'... 마고할미의 변형된 이름이 아닐까.. 우리나라 설화에서 전해지는 마고할미는 창조의 대여신으로 묘사되고...단군에게 굴복하였다는 '마고'... 우리나라 곳곳에 마고할미가 치마에 돌을 날라 쌓았다는 성들... 등등

'통시'... 한자로 보자면 꿰뚫어 본다는 뜻이고 경상도 표준말로 보자면 화장실이고... 허허...이런 것을 종합해 볼 때...

'마귀할미 통시바위'는 마고할미가 볼일을 보는 바위, 즉 마고할미 전용화장실 쯤으로 해석이 되겠고 그 옆의 '손녀마귀 통시바위'는 손녀마귀 전용 화장실로 해석이 되겠는데... 푸하하.. 이거이 무슨 잡생각을...

 

 <손녀마귀 통시바위...>

 

 <마귀할미 통시바위...>

 

 <둔덕산... 오른쪽 제일높은 봉우리...>

 

 <통시바위 갈림길을 지나 늘재에 도착전 보이기 시작하는 대야산의 암릉...>

 

밀재를 거치며 대야산으로 오르는 길은 암릉... 또 암릉... 오름길의 연속이다.

며칠전 밤티재로 내려오던 험난한 등로가 떠 오른다.... 가쁜 숨쉬기... 자주 입에 대는 물....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가자꾸나 가자꾸나 피안의 세계로 깨달음의 세계로 .. 에헤라 디~여......헥헥헥...

 

 <밀재...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다... 이제 단속구간으로 들어서는 것인가...>

 

 <대야산 오르는 길의 바위와 암릉을 즐긴다...>

 

 

 

 

 

 

 

 <멀리 보이는 대야산 정상...>

 

 

절경을 핑계로 자주 쉬며 호흡을 고른다. 대야산은 유명한 산이기에 평일인데도 대여섯분의 산객들을 만나다.

특히 왼손에 붕대를 대고 산을 오르시는 70대 어르신과 아드님으로 보이는 두분을 만났을 땐 그저 머리가 숙여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오르기에도 이렇게 벅찬데... 어떻게....

 

 

 <지나온 암릉길... 용의 등뼈를 타고 온 듯한...>

 

 

 <보이는 정상...>

 

 

 

 

 <대야산 정상에 서다>

 

대야산을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 아찔한 구간이 있다. 줄을 단단히 부여잡고... 아랫도리에 바짝 힘을 주며 내려선다.

출입통제구역을 핑계로 위험이 가득한 이 길을 일부러 방치해 두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급경사 절벽이다.

촛대재로 내려서고 촛대봉을 오르며 힘이 부침을 느끼지만 그래도 가야하는 길.... 불란치재에서 한숨을 돌리며 쉰다.

 

 <멀리 장성봉이 보인다... 내일 올라야 할 산이다...>

 

 <비교적 순탄한 로프길만 사진으로 남겼다>

 

 <뒤돌아 본 대야산... 정상에서 촛대재로 내려오는 길은 수직에 가까운 급경사길이 길게 계속된다. 산 정상부 바위 옆의 길...>

 

 <불란치재...>

 

늘재에서 은티재 구간은 험한 바위지대가 암릉과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고 백두대간 중에서 암릉이 가장 많은 곳이라더니 이건 봉우리 봉우리마다 숫제 바위를 깔아 놓았다. 로프가 슬슬 지겹고 두려워지기까지 할 무렵...만난 곰넘이봉....

모르고 지나치다가 혹시나 싶어 고개를 들어 바위위를 쳐다 보니...떠억허니 서 있는 자그마한 표지석이 보인다.

여기도 로프를 잡고 올라서야 한다... 그랴... 증명사진은 찍어야 겄제...

어깨를 짓누르는 베낭을 벗고 빈몸으로 로프를 잡고 올라 증명사진을 찍었다.

 

 <곰넘이 봉에 서다>

 

 <곰넘이 봉에서 만난 서울에서 오신 두분 중 한분...>

 

이젠 버리미기재가 지척이라 시계를 보니 5시20분.... 지금 내려가도 국공파는 없을까?.. 아님 공무원 퇴근시간인 6시에 버리미기재에 도착하도록 20분을 쉬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밑으로 산객 한분이 지나가신다. 이 분도 이곳을 보르고 지나치는 모양이다.

'대간 타시는 분~!! 증명사진은 찍고 가셔야지요..." 불러 세우니... 몰랐다면서 다시 돌아 올라 오신다. 그리곤 일행을 부른다.

서울에서 오신 두분... 한분은 밤티재에서 출발하고, 한분은 늘재에서 출발하고 중간에서 만나게 되어 동행산행 중이시다.

같이 담소를 나누며... 6시에 버리미기재에 도착하기로 하고 10여분 쉬다가 버리미기재로 내려서다.

 

<버리미기재에 내려서는 길은 철조망 밑의 우수관을 기어 나와야 한다>

 

버리미기재엔 철망 밑의 우수관로를 기어 통과, 볼펜 한자루를 나이 드신 분에게서 얻고 서울팀 두분은 민박차량으로 내려가고 난 초소 옆에 텐트를 치고 야영에 들어 간다. 당근 준비한 쐬주 한병에 온몸의 피로를 맡기며 하루를 마감한다.

 

<소요금액 ; 6,000원>

 장갑(1묶음) 2,500원 베터리(4) 2,700원 음료수(1) 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