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8년 7월29일(화)
이동경로 ; 여원재-고남산-매요마을-사치재-새맥이재-시리봉옆-아막성터-복성이재
산행시간 ; 12시간 40분(식사시간, 휴게시간 포함)
날 씨 ; 맑은 뒤 오후부터 비 오락가락...
<고남산을 오르며...>
새벽... 오늘도 어김없이 여명을 가르며... 대간 영역 표시를 하다... 푸하하...
새벽까지 내리던 비는 거짓말처럼 그쳤다.
<오늘도 아침은 어김없이 라면에 스팸 반켄, 햇반이다>
하지만 산행길은 잡목과 산죽, 철쭉 등의 한길을 넘는 산행길은 물과 진창길과의 전쟁이다.
이슬과 빗물을 머금은 풀과 나무는 우리를 반긴다.
'여긴 자연의 목욕탕입니다. 옷을 벗고 즐기시든 입고 즐기시든 그것은 손님의 자유.. 자유...자아유...^_^'...
풀과 숲을 지키는 요정의 말이 환상처럼 들리는 듯 하다.
한참을 그렇게 걷다 갑자기 '쏘~옥.. 뿅.." 소리와 한쪽팔이 허전하다.
어제 구부러져 돌멩이로 펴고 사용했던 스틱 중 한넘이 중간이 쏙 빠져 아랫부분은 땅에 꽂혀 있고 윗부분만 내 손에 잡혀있다.
버릴 수는 없고 몇번인가 끼워 사용했더니 이젠 맛이 완전히 갔다.... 쩝... 지팡이 한개론 불편헌디...
<안개가 띠처럼 고남산을 두르고 있다>
<고남산 직전 계단에서 뒤돌아 본 전경...>
숲의 요정이 귓전을 간지럽히든 지팡이 한개로 땅을 딛든 뭐든... 억새를 헤치고 산죽터널을 뚫으며 철쭉아치를 지나...
온몸이 땀과 빗물로 범벅인 채로 고남산에 오르다.
고남산을 거쳐 임도를 내려오다 흠뻑 젖은 신발, 옷... 질척거리는 양말... 물러지는 발...
아무도 없는 대간길을 확인하고 콘크리트 도로에서 옷을 벗어 버렸다. 감자 두말과 고구마 한말을 가린채...
신발을 거꾸로 세우고 양말을 짜서 널고, 바지와 웃옷도 짜서 길에 널어 놓고서...
"쨍~~하아고 해에 뜰 날~ 돌~아 온단다. 꾸므을 안꼬 왔단다 내가 왔단다... 쨍~~하아고 ..."
널널하게 20여분을 쉬어 제끼다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옷을 챙겨 입고서리 산행을 나서다.
매에요 매에요 마을 얼음 막걸리... 차가운 막...걸...리...를 되내이며 뙤약볕을 걷다.
"할머니 막걸리요..." 몇병? "두병예"....
차가운 막걸리 두병을 김치 안주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고 나니 배가 단숨에 불러온다.
배가 불러 오면 그 다음에 오는 건.... 당근 낮잠이지 뭐.... 한 숨 콜... 하면 안되지..
오늘은 두번의 산행시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길게 잡혀 있다.
점심을 먹고 젖은 옷이랑 신발 양말을 죄다 벗어 말렸다.
옆지기 만이라도 어떻게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할머니가 넌지시 이야기 해 주신다.
'어제는 대구의 산악회가 왔는데... 어쩌고 저쩌고 근데 여자들은 전부 천원씩 내고 우리집 목욕탕에서 샤워했어.."
귀가 번쩍 "할머니 천원 여기 있습니다" 옆지기는 룰룰랄라 목욕탕으로 들어가고 난 문 앞 수도꼭지에서 세수, 양치질을 즐긴다.
<매요휴게소(?) 전경... 수많은 대간꾼들의 표시기가 주렁주렁하다>
유치삼거리를 지나 사치재에 도착.... 지하통로의 시원한 바람을 한참 즐기다.
사치재를 나서 새맥이재로 오르는 산행길은 뙤약볕에 잡풀, 억새가 어우러진 환상의 코스를 선사한다.
키만큼 큰 억새, 잡풀들이 그야말로 빡세게 자라있어 발밑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 길이다.
엎힐 다운힐을 반복한다. 그 때 마다 베낭의 무게는 어깨를 짓누르며 거대한 압력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10인분을 먹은 뒤라 쬐끔은 무게가 줄었을 것인디... 어케 더 무거워 지냐?
헐떡이며 새맥이재를 지나고... 한참을 쉬다 또 걷다 쉬다...
??이며 시리봉 옆을 지나고... 조금 걷다 한참을 쉬고 또 조금 걷다 한참을 쉰다.
거대한 입간판처럼 서 있는 바위를 지날 무렵 하늘엔 노성소리.....
아~!!! 그러면 그렇지 오늘은 어째 조용하다 싶었다.... 세찬 바람과 함께 순식간에 캄캄해 지는 하늘...
아막성터를 지날 땐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 아막성(阿莫城) ; 남원시 아영면 아영고원에 있는 돌로 쌓은 산성이다. 아영고원은 운봉고원과 황산의 산줄기로 구획되어 있는데, 이 일대는 백제의 아막산, 신라의 모산성 등으로 불렀으며, 역사상 신라와 백제간에 격렬한 쟁탈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성터는 둘레가 632.8m에 이르며, 동·서·북문터가 남아 있다. 북변의 성벽은 완전히 남아 있으며, 거의 직선으로 길이 150.7m이고, 물이 흘러나가는 곳에 문터가 있다. 동쪽은 거의 직선으로 길이 147.1m이며, 서쪽은 길이 126.9m, 곡선을 이룬 남쪽은 길이 208.1m이다. 남쪽 성벽의 능선 연결부분에는 못을 파서 물이 흐르도록 한 환호가 설치되어 있다. 성안에서는 삼국시대의 기와 조각, 백제계의 도자기 조각들이 발견되고, 북문터의 물이 흐르는 곳 동쪽에는 지름 1.5m의 돌로 쌓아 만든 원형의 우물터가 있다 -
베낭이 젖고 몸이 젖고 까지는 어쩔 수 없으나 침낭이 젖기 시작한다. 아침에도 이슬과 빗물에 젖더니...
젖먹던 힘까지 내어 도착한 곳 복성이재...
비가 오락가락 했기에... 서둘러 민가를 찾아 나서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 만난 민가... 마치 별장 같은 곳에서 중년의 부부가 지내신다.
혹시 식수를 구할 수 없느냐고 여쭸더니 선뜻 마당에 있는 수도꼭지를 이용하시란다.
내친 김에 소주 사다 놓은 것 있으시면 파실 수 없냐고 여쭈었더니 선뜻 두병을 내어 주신다.
'하이트' 아니 여기서도 '화이트'를 하면 자세히 보았더니 '화이트'가 아니라 전북 익산에서 생산되는 '하이트'다.
하이트면 어떻고 화이트면 어떻리... 공짜를 즐기는 타입이 아닌지라 주머니를 털어 보니 잔돈은 2500원 뿐이라
죄송하다며 드렸다.
그리고선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다시 여쭙는다. "혹시 저 마당 귀퉁이에 저희들이 오늘 밤을 보낼 수 있도록 텐트를 칠 수 있도록 허락하시면..." 쩜쩜쩜 했더니 선뜻 허락하신다.
그러면서 옆지기에겐 들어와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신다. ... 아... 감사....허나 샤워까지는 사양했다....
텐트를 치고 늦은 저녁을 먹고 있으니 점점 굵어지는 비소리....
텐트를 두들기는 빗소리를 안주 삼아 주인 어른께 얻은 소주 한병을 먹고...
'비소리는 나에 마음~ 나아에~ 고~~독... ' 흥얼 흥얼.....
밤은 깊어가고 눅눅한 침낭에 눅눅한 옷에 눅눅한 바닥에... 눅눅한 마음까지를 껴안고 잠들다.
<비가 잦아들 무렵 잡아 본 마음씨 좋은 중년부부의 집과 우리집 ^__^>
7월30일 아침
새벽 5시가 되어가지만 빗소리는 멈추질 않는다.
한참을 망설이다. 철수를 결정하다.
일단 후퇴..... 흥부 마을을 거쳐 남원으로... 남원에서 마산으로 돌아오다.
- 복성이재 오른쪽으로 있는 마을. ‘흥부마을'로 널리 알려진 남원시 아영면 성리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난 것은, 이곳을 흥부마을로 부르면 펄쩍 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남원시 동면 성산리 또한 흥부마을로 불리는 까닭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짐작대로, 몇 년 전에는 원조 경쟁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 두 마을의 다툼은 아주 절묘한 방식으로 마무리를 한다. 심판은 경희대학교 학술조사단. ’93년에 남원시의 의뢰로 경희대 민속학 연구소에서 ‘흥부전’을 고증한 결과, 동면의 성산리는 흥부가 태어난 곳이고, 아영면의 성리는 놀부에게 쫓겨난 흥부가 발복을 한 곳이더란다. 둘 다 흥부마을이라 불러도 안될 게 없는 셈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흥부가 태어난 곳은 놀부마을로 부르고 성리만을 흥부마을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연유야 어찌됐건 대놓고 놀부라고 부르는 데도 언짢아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각설하고 그래서 돌비석엔 흥부마을 발복지로 적어 놓았다-
<소요금액 ; 210,700원>
교통비 ; 37,800원 (성리-남원 7,800원 남원-마산 27,800원 마산-덕산 2,200원)
간식비 ; 6,900원 (소주(2) 2,500원 아이스크림(2) 2,400원 우유(2) 2,000원 막걸리(2)4,000원 휴지,껌 2000원)
식사비 ;10,000원(추어탕2, 덕산)
장비구입비 ; 150,000원 (등산화 140,000원 스틱(2)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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