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었다..... 비 속에 술 마시기를 끊어 이제는 비가 주는 정취를 잘 느끼질 못한다.
포장마차에서 쏟아지는 비소리를 드럼연주로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던 정취를 맨정신에도 느껴보길 위해 비가 와도 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우의를 구입하였다.
1회용... 당근 중국산에 가격은 1,000원. 2개를 구입하였다.
1000냥 숍에 가면 5000원으로도 푸근한 쇼핑을 한다.
산행할 때 쓰는 모자와 듣는 FM전용 라디오도 이어폰 포함하여 각 1000원이다.
구입한 지 두달 가까이 되어 가지만 아직까지 잘 나온다. 전파가 잡히지 않는 지역을 제외하곤....
일요일 아침, 다행이면서 몹시 아쉽다. 흐리기만 하다.
우의를 베낭에 넣고서 오래만에 정병산이다....................빗줄기를 기다리며.
동읍 주민들 대부분은 정병산이라 칭하고 정상에도 정병산 정상이란 푯말이 있지만 창원시내 쪽에서 올라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봉림산이라
칭하는 이유는 뭘까?
산하나를 두고 두가지의 이름이 존재하는 것....... 지역색(?)인가....^^
등산로를 따라 오르며 본 살구가 노랗게 잘 익어 탐스럽다.
살구의 계절인가. 하나를 따서 입에 머금어 본다.
빛 좋은 개살구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맛이 있다.
주인 없는 나무라지만 2개를 먹고선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절 집의 개...........
보통은 수행을 위해서 개를 키우질 않지만.... 요즘은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만큼 도둑이 많다는 것인가....... 수행 보다는 지켜야 할 재물이 많다는 소리인가....
비움으로써 더 귀한 것을 채우는 법을 모르는 스님들인가.....
만상(萬想)을 접하고 서둘러 머리를 흔든다. 이 무슨 불경스러움인가.............
요 놈은 발바닥 크기의 강아지 때 부터 정병산 산행에 한번씩 만나는 인연을 맺고선
오늘도 우리를 보고 반갑게 반긴다...... 무슨 연이 닿았음인가........^^
자주 오르는 길이고 정병산 산행 코스 중 제일 힘든 코스지만 비 온 뒤의 미끄러움에 아랫도리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간다. 습도가
높아서인지 10분 정도의 산행에 온 몸이 땀이다.
모자챙을 타고 흘러 내리는 땀이 눈 앞에서 뚝뚝 떨어짐을 보며 상쾌함을 느낀다.
헬기장을 지나고 촛대봉으로 가는 길의 고사목이다.
세그루.............. 어떤 세월을 보내면서 왜 저렇게 고사목이 되었는 지 모른다.
단지 느낄 수 있는 건 정병산이 초록의 바다가 되던 만산홍화로 또는 만산홍엽으로 천개의 가면을 쓰던 한결 같은 색으로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가지 않는 시계가 하루에 두번, 제일 정확한 시간을 알려 주듯이 어설픔으로 치장하는 여러 군상들 보다는 자기의 색을 확연히
드러내고 보란 듯이 서있다.
정상을 넘어 서는 순간 몰려오는 비안개........
비라고 표현하지 못하는 백무(白霧)가 산등성을 순식간에 타고 넘고 있다.
아스라함.... 환상...... 단어의 어휘가 부족함을 느끼며 서둘러 셔트를 눌렀다.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장면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기술을 가지지 못한 나를 한탄한다.
정교함을 표출하지 못하는 내 카메라에 아쉬움을
느낀다..........................................
비음산 가기 전 우곡사로 빠지는 길에서 오늘도 회군한다.
여기까지 오는 데 2시간 반..... 돌아가는 길 2시간 반......
5시간의 산행은 이제 즐길만한 수준인가.....
정병산에서 비음산, 대암산을 거쳐 용지봉을 지나 불모산까지의 12시간 종주를 꿈꾸며.....
- Green Leaves Of Summer / Phil Coul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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