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完)

백두대간 종주 제33일차... 피재-댓재...

紫雲 2009. 6. 9. 19:32

6월6일 토요일... 오늘은 피재까지만 도착하면 되므로 느긋하게 움직인다.

아침... 대문을 나서서 베낭을 메는 순간 베낭 어깨끈 아랫부분의 플라스틱 고정대가 터진다.... 임시방편으로 묶었지만...

찜찜하다...

10시25분 마산에서 안동행 버스를 타고 안동 도착, 춘양으로 춘양에서 태백으로...

태백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삼척의 하장 방면의 시내버스로 피재에 도착하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이것참....대간은 뭘 더 주려고 비를 내리는 걸까... 계속되는 안개비...

 

저번에 봐 두었던 정자 한켠에 텐트를 치고 소주 한병을 반주로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8시 반이나 되었을까... 두런거리는 말소리와 정자로 올라 오는 발소리에 선잠을 깬다.

부산에서 올라오신 대간 종주중인 부부이다.

서로간에 인사를 건네고 내 텐트 앞에 사이좋게 같이 텐트를 치고 내일의 산행안부를 나누고 꿈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안개비에 젖어가는 삼수령 소공원...>

 

 

산행일시 ; 2009년 6월7일(일)

이동경로 ; 피재(삼수령)-건의령-푯대봉-구부시령-덕항산-환선봉-자암재-큰재-황장산-댓재(1박)

행시간 ; 11시간 05분(휴게시간, 점심시간 포함)

날 씨 ; 하루종일 안개...

 

새벽 2시가 넘었을까... 갑자기 밖이 요란하다.

20여명이 넘는 대간종주팀이 출발에 앞서 채비를 하고 인원파악을 하면서 내는 소리... 이 소리 저소리도 요란하게 달려간다.

아... 조금 더 자도 되는데.... 3시가 넘으니 앞집 대간부부가 일어나곤 채비를 한다.

에구구 나도 일어 나야지....뭐~... ^^*

4시 30분경 대간부부가 출발하고 어기적 거리다 5시가 되어서 짙은 안개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앞서간 팀들이 이슬은 잘 털고 갔으리라 믿으며....^^*

 

숲길을 걷다 바로 임도를 만나고, 임도를 따라 걷다 945봉으로 향하는 대간길은 임도에서 좌측 숲길로 들어서야 하므로 짙은 안개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좌측만 보고 걷는데 앞에서 두분이 걸어온다. 먼저 출발했던 대간부부다.

무려 30여분을 알바... 짙은 안개 속이다 보니 좌측으로 들어서야 하는 숲길을 지나쳐 갔던 거다.

대간부부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동행을 하다.

 

<부산에서 오신 대간부부...>

 

 <안개에 젖어든 대간 길...>

 

 <이슬에 젖은 거미줄도 아름답다>

 

안개가 짙은 숲길이지만 매봉산에서 건의령까지 7km 구간을 생태적으로 복원해 두었다더니 대간길은 편안하고, 조망은 전후좌우 전혀 없다. 이렇게 짙은 안개 숲길에서 30분을 알바한 대간부부에겐 미안하지만 나에겐 상당한 의지가 된다.

 

부드러운 산길을 오르내리며 안개속의 건의령에 내려서다. 조금 앞서간 대간부부가 커피를 끓여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감사한 마음... 옛날 고려가 망하고 난 뒤 이 고개에서 고려의 충신들이 관모과 관의을 걸어 놓고 조선 조정에는 절대 벼슬길에 오르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다는 건의령에서의 커피... 싸한 안개바람에 짙은 커피향... 뭔지 모를 향취가 느껴지지 않으신지?...^^*

 

 <건의령...>

 

 

푯대봉 삼거리까지의 오름길은 한번의 롤러를 태우고 종아리를 약간 갈구고 나타난다.

푯대봉을 들렀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 와 내림길을 내려서 한내령으로 향한다.

미끄러운 등로... 출발할 때의 베낭끈이 생각이 나 최대한 안전에 유의한다.

 

 <푯대봉 삼거리>

 

 <푯대봉>

 

고냉지 채소단지로 유명한 곳이라 한내령 역시도 채소밭이 있다.

한내령을 지나 구부시령까지는 네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1162봉, 997봉, 1013봉, 1055봉...에구구 봉도 많기도 하지...

온 몸은 벌써 땀으로 흠뻑 젖어 있고.. 자주 식수를 마시며 구부시령에 도착하다.

만난 지아비마다 죽고 또 죽어 무려 아홉 지아비를 모시고 살았다는 여인의 전설이 있는 九夫侍嶺...

기구했던 걸까... 행복했던 걸까...?

 

 <한내령...좌측엔 채소밭이 있다>

 

 <구부시령...>

 

호흡을 추스리며 덕항산에 올라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데... 표지석 뒤에 보이는 소주한병...

먼저 올라 있던 산행객들에게 농담 삼아 주인을 물어보니 종이가 붙어 있다고 해서 소주병을 들어, 붙어 있는 종이를 보는 순간....

To 자운님... From 사니조아....

아~... 감동이다. 이 깊은 산 강원도 오지에서 사니조아님의 선물을 받다니...

물론 어제 피재에서 은근히 기다렸던 바 오지 않기에 오늘 산행중에 혹시나 만날려나 했더니...

벌써 다녀 가시곤 소주 한병의 따끈한 정을 남겨 주시다니....^^*

(집으로 돌아와 파악한 바 사니조아님 부부와 친구분 부부가 같이 동해안을 두르고 아침 일찍 산행길에 나서 9시 조금 넘어서 덕항산을 거쳐 환선봉, 환선굴로 내려간 것으로 되어 있었다)

 

 <덕항산에서 뜻하지 않은 선물을 들고....^^*>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게되어 베낭도 가볍고 발걸음도 가볍다. 푸하하..........

환선봉(지각산)을 거치고 자암재를 거쳐 귀네미골로 유명한 고냉지 채소밭의 목가적인 풍경을 기대했지만...

짙은 안개로 흔적만 보인다. 그래도 끈기있게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다 잠시 안개가 걷힌 틈을 타 사진 한장을 얻곤 임도를 타고 큰재로 향한다.

 

 <환선봉...>

 

 <자암재...>

 

 <귀네미골의 고냉지 채소밭...>

 

 <임도를 지나 큰재로 가는 길의 풍경...>

 

 

 <임도를 따라 들어 선 큰재...좌측은 임도를 따라 걸어 온 길이고 우측은 번천으로 이어지는 번천국유임도...>

 

호흡이 거칠어 지고 허벅지가 땡긴다고 느낄 때 쯤 만나게 되는 황장산....

작은 차갓재를 지나 있는 황장산과 이 황장산의 공통점은 궁궐을 지을 때 쓰는 황장목이 난다는 것인가...

그 외는 별다른 느낌이 없는 밋밋하고 조망 없는 산이다. 잠시 쉬곤 등산화를 다시 조여 메는데... 툭... 끊어진 등산화 끈...

이거이 조짐이 수상하다.... 안전 안전을 되내이며 조심스레 댓재로 향한다.

15분 정도를 내려서니 댓재... 엄청나게 큰 표지석이 날머리 우측에 자리 잡고 있다.

 

 <황장산...>

 

 <댓재 표지석...>

 

 <댓재 조형물... 제일 위 현재기온이 12도를 나타내고 있다>

 

 <산신각... 댓재에서 두타산으로 향하는 들머리...>

 

부산에서 올라 오신 대간부부가 있어 조망도 없는 안개 자욱한 산길을 지겹지 않게 넘어선 댓재.

동행의 즐거움을 음료수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하고 인사를 나누다.

다음달에 댓재로 접속하여 두타,청옥을 넘어신다니 무사산행을 기원드린다.

 

내일 아침 들머리 구간을 확인하고 텐트를 치고 댓재 휴게소에서 식수를 준비하고...

사니조아님이 남겨 준 소주 한병을 반주 삼아 마시곤 알딸한 기분으로 대간 품속에서 꿈나라에 빠지다.

 

 

<소요금액 ; 57,400원>

교통비 ; 29,200원

  덕산-마산(버스) 1,200원 마산-안동(버스) 11,400원 안동-춘양(버스) 8,400원

  춘양-태백(버스) 7,000원 태백-삼수령(버스) 1,200원

간식비 ; 2,100원

  소주(1) 1,200원(2홉1) 커피(3) 900원 

대간준비비 ; 26,100원

  라면(6) 3,500원, 햇반(8) 6,000원 스팸(2) 4,000 쇠고기장조림(4) 6,000원 카레(4)짜장(4) 5,600원 껌(1) 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