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完)

백두대간 종주 제31일차... 고치령-도래기재

紫雲 2009. 5. 21. 20:23

산행일시 ; 2009년 5월19일(화)

이동경로 ; 고치령-미내치-마구령-갈곶산-늦은목이-선달산-박달령-옥돌봉-도래기재

                 도래기재-춘양-태백(여관1박)

산행시간 ; 13시간 10분(휴게시간, 점심시간 포함)

날 씨 ; 맑음...

 

새벽 3시 눈을 뜨다. 텐트 밖으로 나가 기지개를 켜며 하늘을 보니 총총히 박혀 있는 별들이 아름답다.

별 하나 나 하나....에구구... 이럴때가 아니지 오늘 산행은 제법 길기에 바쁘다.

그래도 밤하늘의 별을 헤어 보니 846개다.

동서남북이 빽빽하니 팔백이요 가운데가 스물스물허니 삼삼한 것이 마흔여섯개라... ^^*

 

새벽 4시30분 헤드렌턴을 켜고 산신각에 무사산행을 기원드리고 어둠을 가른다.

새벽공기는 역시 차고 신선하다. 오름길...잡목숲길을 헤치며 오르다 갈림길 주의점에 도착...

표시기를 따라 좌측으로 크게 꺽혀 내려간다. 5분을 넘게 계속 내려가기만 하는 것이 사뭇 이상하다. 그리고 90도 꺽힌 것이 아니라 거의 되돌아 내려가는 길인 것 처럼 계속 내리막이다... 스~토~~~옵... 빽~!!!

다시 허겁지겁 갈림길로 되돌아 와 표시기를 살피고 또 살펴봐도 그 길이 맞다. 이런...

 

 <헤깔린 갈림길... 왼쪽으로 크게 꺽혀 계속 내림길로 내려가기에 올라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다>

 

천천히 내려서며 표시기를 살피지만 보이지 않고 계속 내리막이라... 마음을 굳게 먹고 길을 따라 간다.

잠시후에 만나는 표시판... 대간 표시기는 누가 치워 버렸는지 보이질 않고 표시판만 굳건히 서있다. 쭈욱 따라 가면서 확인해보니 500미터 간격으로 소방서에서 세운 119 표시목이 계속되고 표시판 역시도 계속 있다. 흠.... 대간길 잘 꾸며 놓았군...

 

잡목 사이로 아침해는 떠 오르고 날벌레들의 기상시간이다.

엥엥... 작년 대간길 이후론 처음 만나는 녀석들... 한편으론 성가시고 한편으론 대견하다 잊지 않고 환영해 주는 걸 보니... 허허...

마구령 도착 전 1007봉에 있는 헬기장까진 완만한 능선길이 계속되어 그렇게 힘들진 않다.

내리막을 내려서며 마구령을 만난다. 잘 꾸며 놓았다.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대간길은 점점 좋아지고 성숙되고 있는 듯 하다.

또 한편으론 아련한 정취랄까 그리운 향기랄까... 그런게 없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미내치...>

 

 <숲속에서 맞이한 일출>

 

 <마구령 직전 1097봉의 헬기장>

 

 <마구령>

 

 

또다시 이어지는 평탄한 길... 산책하며 걷기에는 더 없이 좋을 산행길이 이어진다.

급격한 오르막도 급격한 내리막도 없는 어쩌면 완만한 능선길... 이틀 연속종주 후의 체력부담이 걱정되었지만 이런 길이 이어진다면...^^*

표지석과 조망이 없는 갈곶산에 오르고 내림길을 한참 내려서니 늦은목이... 이제부터 제법 박센 오름길이 기다린다.

 

 

 

 

봉이 김선달이 생각나는 선달산을 향해 자주 쉬며 오른다. 선달산이 눈 앞에 보이는 곳에서 허기진 배를 채운다.

딱딱하게 씹히는 햇반의 껄끄러움으로 버너를 꺼내려다 저녁이면 춘양이나 태백에서의 진수성찬이 기다리고 있기에 시간도 절약할 겸...

눈 딱 감고 싸늘한 카레와 햇반을 곁들인다. 꼭꼭 씹어 먹어야지... 우격다짐으로 넘어가지 않는 밥을 먹는데 왈칵.....

갑자기 서글퍼 진다. 내가 왜 이러나... 한참을 숟가락을 들고만 있다...................

그래... 집 나오면 개고생이다~~~~~~~~~~~~~~~아~~~~~~~~~~!!!

이런 순간에 KT 다니는 친구넘이 떠 올라 피식 웃음 짓는다. 그래 쿡이다 쿡...^^*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는지 모르는 선달산에 서니 햇살이 내려 쬐이지만 조망은 박무로 인해 뿌옇다.

옥돌봉으로 짐작되는 곳으로 눈길을 줘 보지만 보이질 않는다. 잠시 쉬다. 박달령으로 향한다. 제법 암릉도 있는 내림길 오름길을 지나 완연한 내림길로 들어 선다. 짙은 숲... 다리는 한계를 보일락 말락... 어깨를 짓누르는 베낭의 무게도 장난이 아니다.

내림길도 위태하게 천천히 걷는다. 갑자기 확 트이는 시야 헬기장이 있고 그 너머로 박달령의 거대한 표지석도 보이고 우측으론 산신각이 표지석 뒤론 팔각정 쉼터가 있다. 에라... 더도 말고 20분만 쉬자...

 

 <선달산...>

 

 

 <선달산을 지나며 이런 암릉도 거치고...>

 

 <처음 만나는 쉼터... 베낭을 풀고 잠시 쉬다>

 

 <박달령...>

 

 

양말을 벗고 발을 시원하게 올려 놓고 누워 버렸다. 봄바람 귓전을 스치며 시원함이 감싸는 박달령의 오후...에헤라 디여~~

졸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 꿈속으로... 잠시 빠졌을까 사람 소리에 놀라 잠을 깬다. 아차.. 시간을 보니 10여분을 달콤하게 잔 듯..

나물 산행을 하신 듯 중년의 부부인 듯한 두분이 내려서고 계신다. 혹시 얼음물이 있으면 양해를 구하니 흔쾌히 한컵을 주신다. ^^*

피로감이 조금은 풀리는 듯... 인사를 드리고 다시 장비를 챙기고 옥돌봉을 향한다.

 

표시판을 보니 1.9키로... 지도를 보니 80분 정도의 산행 표준시간... 흠... 가파른 오르막인가.

1,9키로에 80분 이라니... 가팔라 지는 호흡을 자주 내쉬며 한걸음 한걸음 오른다.

또 다시 만나는 산행객... 이젠 얼음물 한컵이 자연 스럽다. 자주 쉰다. 스틱에 힘이 배가 된다. 지쳤다는 증거...

헥헥 거리며 오르는 산길... 또 다른 산객 어르신들을 만난다. 다들 예순은 넘기신 듯... 자연스레 여쭈어 보는 질문에 대답을 하며 쉰다.

인사를 드리고 다시 오르는 산길... 한시간을 넘기고 20분을 더 넘겨도 보이지 않는 옥돌봉...

 

산이 도망가는 현상을 처음 느낀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이 계속될 것만 같은 오름길....

"네 이놈 옥돌봉 거기 섰거라"... 아니지 "옥돌봉님 거기 잠깐 멈춰 보지지요~오"라고 고함이라도 치고 싶을 때 만나는 표시판...

이젠 옥돌봉인가 보다 싶어 무거운 베낭부터 벗어 놓고 잠시 쉬려는데... 엥... 옥돌봉 갈림길...

오른쪽으론 주실령으로 빠지는 길이고 옥돌봉은 왼쪽으로 꺽혀 또 올라간다. 이러~~~언.... ^^*

벌써 1시간30분이 넘었다. 산이 도망을 간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경험해 보기는 처음인지라... 아직도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 같다...

어쨌든 옥돌봉에 선다.

 

 <옥돌봉 오름길....>

 

 <옥돌봉과 주실령 갈림길...>

 

 <옥돌봉에 서다...>

 

이젠 550년 되었다는 철죽... 꽃이 만개했어야 할텐데... 이 고생을 하면서 5월에 만개한 550년된 철죽도 못 본다면 억울할 것 같다.

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선다. 한개의 스틱에 힘을 주어가며 내려서는 길... 좌측으로 철죽꽃이 보인다.

이제까지의 고생이 한순간에 날아 간다. 하......아..... 경이로움....

어떻게 550년을 버티며 매년 봄에 꽃을 피울 수 있는지... 한참을 즐긴다.

그리곤... 내려서는 도래기재... 한적함이 가득하다.

 

 <550년 된 철죽...>

 

 

 

 <도래기재...>

 

고개마루에서 잠시 쉬며 6시5분에 있다는 버스를 기다리려다 지나가는 트럭에 경례하고 서벽 버스 정류장까지만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서벽 파출소 앞 버스 정류장에 도착 산행을 마감하다.

도래기재로 올라가는 버스가 다시 돌아오길 기다려 춘양으로, 춘양에서 저녁을 먹고 8시5분에 태백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다.

태백에서 여관을 잡고 찬물에 샤워를 하니 그래도 몸은 개운하다. 따뜻한 구들장에 몸을 맡긴다.

 

<소요금액 ; 35,080원>

교통비 ; 8,580원

  서벽-춘양(버스) 1,580원 춘양-태백(버스) 7,000원

간식비 ; 1,500원

  음료수(1) 1,500원

식사비 ; 5,000원

  순대국밥(1) 5,000원

숙박비 ; 20,000원(태백시 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