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8년 11월17일(월)~11월18일(화)
이동경로 ; 차갓재-작은차갓재-황장산-황장재-폐백이재-벌재-들목재-문복대(운수봉)-저수령
행시간 ; 8시간 45분(휴게시간, 간식시간 포함)
날 씨 ; 맑음.....한파....
새벽 추위에 몇차례 눈을 뜨곤 몸을 웅크린다.
산속 추위에 대비한 몇가지 준비물이 무용지물이 된다. 손난로, 이너웨어... 에고고....
옷을 겹쳐 입고 잤음에도 계속 웅크려지는 몸.... 이렇게 추위에 떨고 잠을 설치면.... 당연 늦잠이다.
7시30분... 놀라 눈을 뜨고 밖에 놓아둔 자바라 물통을 들여 놓는다. 산속 추위에 당근 얼어 있는 물...
텐트 속 수통에 들어 있는 물을 끓여 자바라 물통에 붓고... 즉석밥을 데우고, 즉석 카레도 데우고... 난리법석이다.
이것 저것 하다보니 8시30분을 훌쩍 넘긴 시간 싸늘함이 온몸을 감싸고 손가락 끝이 얼어 붙는 듯한 추위를 뚫고 차갓재를 나선다
<차갓재 지리여장군, 백두대장군 장승과 대간 중간지점 표지석>
갈색의 낙엽과 황금빛 낙엽이 깔린 길을 걸어 오르고 내려서면 작은 차갓재...
황장산을 향한 오름길이 제법 빡세게 느껴질 때 쯤... 오른쪽으론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안생달 마을이 포근하게 자리 잡고 있는 정경을 한참 즐긴다.
<작은 차갓재 표지판>
<가을의 흔적만 남은 등로>
<안생달 마을 정경...>
<지나온 대간길...>
어제처럼 물에 대한 걱정은 없기에 입술을 자주 축이며...암릉을 타고 넘어 황장산으로 향한다.
완만한 직진 오름길에 올라 오른쪽으로 휘돌아 가는 황장산 등로는 급격한 된삐알이다.
왜 이렇게 빡센겨.... 중얼 거리며 로프를 잡고 암릉을 올라간다. 암봉에 올라서니 주위 조망이 거칠 것이 없다.
<골산인 황장산으로 오르는 암릉길...>
<황장산 가기 전 암봉>
<철모르는 진달래....>
<황장산 암봉 오르는 길...>
좌우로 절벽으로 이루어진 암릉을 칼바람을 맞으며 걸어 황장산에 섰다. 정상은 의외로 주위 조망은 없다.
이젠 감투봉으로 가는 길.... 내림길에 조심스럽게 내려서다가 베낭 밑에 묶어둔 메트가 바위에 걸리고 중심을 잃으며 미끄러지며 두바퀴를 굴러 버렸다. 과감한 대쉬.... 심판을 두팔을 벌리며 세입을 선언한다. 이런.... 제법 충격이 크다.
짊어진 베낭이 완충 작용을 했기에 이 정도지.... 욱신 거리는 왼쪽 발목, 제법 통증을 느끼는 오른쪽 무릎, 오른 손목도 ..에구구
<조망이 시원한 암봉에서 즐기는 마루금... 암봉 오른편...>
<위사진 오른편으로 연결되는 조망>
<위 사진 오른편으로 연결되는 조망...>
<위 사진 오른편으로 연결되는 조망...>
<암봉을 지나 황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황장산에 서다>
<아래사진을 찍기 위해 셀프로 맞추고 오르다 찍힌 사진과 셀프사진.... 볼때는 멋있더만 이제 보니 별로네여...^^*>
<감투봉 가는 길의 왼쪽으로 잡히는 조망...>
<감투봉 가는 길... 벼랑에서 바라보는 동로쪽 조망>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육신의 아픔을 잊고 내 마음도 잊어 무아지경 속에서 가자꾸나 같이 가자꾸나 피안의 세계로 깨달음의 세계로...
그래도 아픔은 쉬이 가시지 않아 내림길에 앉아... 피해사항을 점검한다....
왼쪽 발목, 오른 쪽 무릎엔 생채기가 났다. 아마 뒹글면서 바위에 부딪힌 듯.... 아.이.고..아...야!!!
메트를 위쪽으로 옮길까 생각하다 이제부턴 잡목이 많은 구간이라 오히려 더 불편할 것 같아 그대로 두고 절룩거리며 감투봉을 오르고.... 황장재에 내려선다.
<황장재...>
<치마바위 가는 길에 잡아 본 충북 단양군 방면...>
<뒤돌아 본 황장산...>
<위사진 오른쪽으로 연결되는 ...>
오름길... 힘들다. 허벅지와 장딴지는 산소가 듬뿍 든 피를 더 많이 보내달라 심장에 무전을 치고, 긴급연락을 받은 심장은 더 많은 산소를 혈액에 공급하기 위해 허파꽈리에 종용을 한다. 허파꽈리는 면적을 최대한 크게 하며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자연히 헐떡이는 숨결.... 아픔도 잊고 자주 숨을 크게 들이킨다. 그래도 주위 경치는 그만이다. 푸하하.....
멀리서 보면 치마를 입은 듯하다고 하여 지은 이름인지 잘 모르겠으나 암벽이 길게 내려 뻗은 치마바위를 지나... 알게 모르게 폐백이재를 지나고 벌재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헬기장을 만난다. 이제부턴 조심...조심....
벌재로 내려서는 급경사... 초소가 보이는 지점에 잠시 숨을 고르며 국공파가 근무를 하고 있는지 살핀다.
<치마바위를 지나 뒤돌아 본 치마바위...>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동로쪽 조망....>
<위사진 왼쪽으로 연결되는...>
<마지막 남은 가을...>
<벌재 도착전 헬기장... 다음에 혹시 대간 종주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헬기장 지나 뚜렷한 직진길 대신 오른쪽으로 난 흐릿한 길로 내려 가시도록 하시길...>
반갑게 두팔을 벌려 환영을 하시는 두분.... 한분은 도로에 서시고, 또 한분은 초소에서 등로길에 서신다.
"추운데 왜 서있어여... 내려와여"
"엥 오늘 근무 서시네요... 수고 많으십니다. 근데 내려가면 과태료 메길려구요... 메기지 않겠다면 내려갈께요..."
"아... 수고고 뭐고 얼른 내려와~아여, 거기 계속 서 있을꺼라?..."
"딱지 끊으면 50만원인데... 어떻게 내려 갑니까?.....끊지 않는다고 하셔야 내려가지예 "...
마음씨 좋게 보이는 아저씨인지라 내려설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도로에 선 젊은 양반이 휴대폰을 꺼내더니 사진을 찍는다.
'이제 걸리면 빼도 박도 못한다....' 뒷걸음질 치며 도망갈 준비를 한다.
"짐을 지고 가는 자네랑 빈몸인 내가 올라가면 누가 빠르겠어... 고집 피우지 말고 빨리 내려와여~!!!"
그러면서 슬슬 올라 오신다. 이젠 도망이다.
아픈 다리야 날 살려라...!!!
뒤돌아 서서 지나온 헬기장을 향해 까꼬막을 나는 듯 달려 간다. 뒤따라 오는 소리..........................
태어나서 군대훈련소 선착순 외에 이렇게 힘든 까꼬막을 순식간에 날라 보기는 처음이다.
헥헥 거리는 숨을 추스리며 뒤돌아 보니 따라 올라오는 사람도 없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젠 옆사면을 통해 탈출이다..... 없는 길을 만들며 옆사면을 따라 내려가... 도로 옆으로 다가 서려는데... 서서히 멈춰서는 차량,
이젠 아예 작정하고 지동차까지 타고 내가 내려설 만한 길을 막고 서있다. 미친다...이거...... 에구구....
젊은이는 또 사진을 찍으며 나를 부른다.
"이제 그만 내려와여... 그러게 왜 금지된 곳을 통과할려고 합니까?"
몇번 양해를 부탁했지만 요지부동.... 나도 이젠 오기 발동이다....
"딱지 끊지 않으려면 내려 설 거고, 딱지 끊으려면 난 다시 뒤돌아 안생달로 갈랍니다"
"벌재야 내려온 거나 마찬가지고 차갓재로 돌아가 안생달로 갈랍니다"
"아~ 이 시간에 돌아가면 어디를 간다 말이여... 추운데 떨지 말고 빨리 내려와여~" 그러면서 또 슬금슬금 올라온다.
이젠 본격적인 도망길....
뒤따라 오는지 안오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오르막을 오르다 만나는 둔덕.... 재빠르게 옆으로 몸을 뉘이며 둔덕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귀를 기울여 소리를 점검한다.... 올라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주위는 적막하다.
이 곳에서 국공파 퇴근시간인 5시30분까지 숨어 있기로 마음을 먹는다. 앞으로 3시간 15분만 버티면 된다.
악으로 깡으로..........20여분이 지나자 그늘진 곳이라... 춥다....
<숨어 있던 곳에서 바라 본 하늘... ^^*>
어차피 장기전.... 오늘내에 저수령까지 가기엔 틀렸고....
베낭 밑에 달려 있는 메트를 살그머니 꺼내 바닥에 깔고 얼룩무늬 위장용 판쵸우의를 꺼내 온몸을 덮고선 버팅긴다.
심심하고 춥다.... 라디오를 꺼내 소리를 최대한 약하게 하곤 노래를 듣는다.... 참... 별걸 다한다......^^*
한시간이 흐르고 추위는 점점 기승을 부리고 두시간이 흐를 즈음... 추위에 도저히 견디지를 못하겠다.
고개를 살짝 들어 도로 쪽으로 보니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흠.... 어떻게 하나... 내려가 볼까....
메트를 조용히 다시 감고 판쵸우의를 챙겨 넣고....주위에 있는 낙엽과 나뭇가지를 살살 긁어 모아 베낭을 위장시키고 빈몸으로 조심해서 내려선다. 또다시 단속한다면 이젠 빈몸이니 도망도 쉽고 숨겨둔 베낭이야 내일 다시 올라와 찾을 요량이다.
도로에 내려 서 좌우를 살피니 아무도 없다. 조심스레 다시 올라가 베낭을 챙기고 도로를 내려서 동로쪽으로 탈출이다.
<숨어 있다 내려선 벌재... 휘어지는 길 오른쪽으로 저수령으로 가는 등로가 보이고 초소는 도로를 따라 30여 미터 더 내려간다>
작업중인 트럭에 양해를 구하고 히치... 동로마을에 내려 점촌행 버스에 몸을 싣다.
이젠 어떡허나....겨울추위, 다음 접속구간, 계획된 일정.....
점촌에서 일박하고 다리상태와 날씨를 보고 벌재로 다시 올라올 것인지 아님 탈출할 것인지 결정키로 하다.
<적성2리 동네터 농원...>
점촌 시내버스 주차장 근처의 여관에 짐을 풀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에헤라 디이~여...
여태 입고 있던 모든 옷, 산속에서 갈아 입었던 내의를 욕조에 넣고 샴푸를 풀고 군대식으로 화끈하게 빨아 버렸다. 시커먼 물...
뜨끈뜨근한 방바닥에 좌악 깔아 놓으니 이것 또한 가관이라.....허허허....
순대국밥 한그릇과 소주 한병을 비우곤 꿈나라로 떠나다.
.................................................................................
아침 ... 발목을 만져보니 약간의 통증만 느껴질 뿐... 무리는 없다.
뉴스를 본다. 문경... 오늘 아침 영하 6.6도 내일은 더 추워질 전망.... 아이쿠......
산속에서의 온도는 프리미엄 3도를 더주니 영하 10도가 오늘 아침 온도고 내일 아침엔.... 끔찍허다....에구구....
아침을 넉고 점촌에서 동로를 향하다. 약 1시간이 걸린다.
동로에 내려 벌재로 향하는 오름길을 찬바람을 맞으며 오른다...'예사 추위가 아니다'
히치를 몇번 실패하고 터벅터벅 오르다 만나는 SUV 차량... 싱긋 웃으시더니 태워주신다.
산을 좋아하시는 분.... 산 이야기를 나누다 도착한 벌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벌재 초소로 향하다.
<적성2리 표지석...>
오늘은 세분이 근무하시고 계신다....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드리니... 누군줄 모르시는 모양...
어제 도망간 넘이라고 하곤 어르신 피곤하게 하여 죄송하다는 사과의 인사를 드렸다.
쾌히 사과를 받아 주신다. 저수령까지 조심해서 산행하라는 격려와 함께...
저수령으로 향하는 길은 문경에서 '백두대간 문경 오미자길'로 지정하며 벌재 들머리와 소저수령(장구재) 날머리에 아치길로 조성해 놓았다. 벌재에서 저수령으로 향하는 길은 넉넉한 산길이다. 오름길, 내림길도 부드럽다. 베낭 위에 매단 메트가 잡목에 자주 걸리지만 않는다면....
<벌재.... 표지석>
<벌재에서 저수령 향하는 들머리>
문복대가 소백산 자락에 속하는 산인지라... 소백산 칼바람의 위력이 여기까지 전해지는 지 매서운 바람이 온 몸을 날려 버릴 듯 세차다. 하기야 소백산의 겨울 바람은 바위를 날려버릴 정도라니.... 걸으면 땀이 나고 쉬면 춥다.
얼음이 언 낙엽을 조심스레 밟으며 문복대(운수봉)에 서다. 주위 조망은 잡목으로 둘러 싸여 없는듯...
휴대형 삼각대 놓기도 애매한 바위봉이라 셀프카메라도 쉽지 않다.....^^*
<들목재 표시기>
<낙엽 속의 얼음...>
<문복대에 서다>
이젠 내림길... 잠시 후 멀리 저수령 휴게소가 보이고 왼쪽으론 소백산 관광목장이 보인다.
계속 내림길이다.... '대간 날머리를 이렇게 쉽게 줄리가 없는데.....' 장구재로 내려서고 다시 시작되는 오름길... 제법 길다.
그럼 그렇지.... 롤러코스트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저수령 휴게소...>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곳...>
<소저수령(장구재) 표시기...>
<장구재로 내려서는 길...>
<장구재에서 저수령으로 오르는 길...>
아무도 없는 한적한 저수령휴게소에 들러 산딸기 차 한잔과 따스한 난로 옆에서 온몸의 추위를 털어 버리다.
현재의 장비 상태론 이 추위를 견딜 재간이 없어 한참을 망설이다 귀로에 나서다.
이젠 문경을 지나 예천땅.... 다음 접속에는 안동을 거쳐서 접속해야 한다.
한참을 내려가다 뒤에서 들려오는 엔진소리... 히치...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린 자연스런 미소와 함께 서는 트럭...
사정을 설명드리고 밑의 마을까지만 부탁드렸다. 내려가는 길... 조심스레 어르신께 여쭙다. 칠곡으로 가는 길....
<경북 예천군 임을 알리는 표시판>
<저수령 표지석.... 거대하다>
<충북 단양군임을 알리는 표시판>
<저수령 휴게소 내부 전시물...싯가 15억이 넘는데나 어쨌데나...>
기왕이면 칠곡까지 부탁드렸더니 선뜻 응하신다. 넉넉한 마음....
수울케 칠곡까지 오고 미안한 마음에 소주 한잔 드시라며 받지 않으시려는 걸 억지로 드리고 내린다.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칠곡에서 서부 정류장으로 다시 마산으로.... 덕산으로.... 집으로 돌아 오다.
<소요금액 ; 61,300원>
교통비 ; 21,200원
동로-점촌(버스*2) 3,000원 저수령-칠곡 히치(트럭) 10,000원
칠곡-대구 서부터미널(버스) 1,100원 대구-마산(버스) 5,900원 마산-덕산(버스) 1,200원
식사비 ; 6,000원
순대국밥(2) 6,000원
간식비 ; 9,100원
음료수(2) 1,600원 소주(1) 3,000원 파인애플 절임(1) 3,000원 빵(1) 1,500원
숙박비 ; 25,000원(설악파크 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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