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8년 10월10일(금)
이동경로 ; 이화령-조령샘-조령산-신선암봉-마대바위-새재-마패봉-동암문-(정처없는 알바길)부봉-제1봉~6봉-새재오름길
산행시간 ; 11시간 00분(휴게시간, 간식시간 포함)
날 씨 ; 아침 안개... 오후부터 비 오락가락....
새벽... 찜찜한 꿈에 잠을 깨다. 4시30분.... 담배를 꺼내 한대 물고 생각에 잠기다.
산행을 접고 아침에 탈출을 할까.... 제3관문 새재까지 가서 탈출할까... 출발을 해야 하나....
새벽5시 어머님께 집이라고 하면서 안부 전화를 드렸다. 잘 지내고 계시다.
옆지기에게 별거 아닌 양 오늘 날씨가 어떻게 되는지 전화를 했다. 오후부터 전국에 비... 양은 적게 온댄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을 되내이며 아침 6시 짙은 안개 속으로 렌턴을 켜고 산행을 출발하다.
이화령에서 조령산으로 오르는 길은 짙은 숲, 좁은 오솔길을 빼곤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오른다.
조령샘을 지나고 갈림길을 지나 도착한 조령산... 짙은 안개, 바람.... 조망은 없다.
<조령샘>
<조령샘 지나 갈림길 표시판>
<조령산 정상 표시판>
<정상에 있는 추모비>
<정상에 서다>
제3관문을 향해 가는 길은 암릉의 연속이다. 하기야 24개의 오르내림 능선과 42개의 로프를 타고 넘어야 한다는 조령이었기에...
마음을 다잡는다. "고생은 자초해서 시작한 거고 그래도 주위 조망은 보여줘야지"... 점점 더 짙어지는 안개 속...비가 없기에 다행이다.
아침부터 흥건히 땀으로 범벅되는 몸... 로프를 잡고 오르고 바위를 기어서 오른다.
짙은 안개 속이지만 좌우론 깊은 낭떠러지라는 걸 알기에 다리와 손에 힘을 주고선 엉금엉금 기어서 간다.
'정글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악어떼가 나.올.라....' 헤이 헤이 헤이~~~~ ^)^
<신선암봉, 절골 갈림길 표시판>
<안개 자욱한 신선암봉...>
<신선암봉 가는 길은 이런 암릉을 타고 넘는다>
그렇게 도착한 신선암봉... 바람끝이 시원하고 전후좌우 조망은 .... 없..........다......... 쫌 보여주면 안되겠니...
안개가 잦기를 기다리지만 더 짙어진다.... 에구구... 여기도 자주 오란 뜻인가 보다. 10여분을 넘게 기다리다 엉덩이를 턴다.
베낭을 메려는데 갑자기 베낭에 걸려 있던 스텐컵이 '땡그렁~~~' 데구룰... 굴러서 절벽 밑으로 다이빙을 한다.
아.... 소리 좋고 굴러가는 자세 좋고 입수자세까지 퍼펙트다... 10점 만점 피켓을 든다....
에구구... 이게 아니잖아... 5년 넘게 정이 들었던 넘인데....
신선암봉에서 스텐컵에 작별을 고하곤 안개속의 암릉을 타고 넘나든다.
<신선암봉에 서다>
<새재 가는 길... 또다시 암릉을 타고 넘나든다>
<보이는 구멍으론 도저히 몸이 빠져 나가지 않아 왼쪽, 로프를 잡고 암벽을 타고 올랐다...>
제3관문에 다 온 것인지... 표지판이 보이고 내림길에 멋진 계단도 보인다.
제3관문 도착... 중학생들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수두룩하다.... 엥... 수학 여행, 소풍.... (영동에 있는 영신중학교 3학년들이 소풍 온 것)
조령샘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산신각(용암전이면 소화기 비치가 필요 없을 터이기에... 쩜쩜쩜)에 무사산행을 기원드리고 휴게소로 직행...
이 곳에서 유명하다는 새재주 반되박과 산채전을 부탁드렸으나 산채전은 시간이 걸린다기에 두부김치로 넉넉하게 배를 채운다.
<깃대봉 갈림길 표지판>
<계단>
<조령샘>
<조령 제3관문>
<군막터 표지판>
배도 부르고 알딸딸한 기분으로 자리를 박차고 성문옆 통로, 계단을 지나 마패봉(마역봉)으로 오른다.
여기도 암벽이 심한 박센 오름길을 만난다. 조심 조심.....툭툭툭... 비가 시작된다. 아.......... 비가 오면.....
제법 심하기에 서둘러 베낭카바를 하고 판쵸우의를 둘러쓰고 등로를 따라 한걸음 한걸음 오른다.
비에 젖어 가는 마패봉을 바라보며 정상으로 향한다. 봉우리는 그저 나를 내려다 볼 뿐....
나는 창을 들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걸음을 내딛는다.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한발, 한발....온 힘을 실어 비와 안개가 자욱한 정상을 향해 간다.
도착한 마패봉... 안개 속에서 고요히 침묵하고 있다.
<마패봉 오르는 암릉길에서 뒤돌아 본 조령산 방면...>
<마패봉 정상 표지판>
<마패봉(마역봉)에 서다>
<정상에 있는 돌탑...>
북암문을 거쳐 동암문으로 가는 길은 간간히 뿌리는 비에 고요하며 적막하다.
부드러운 산길을 타고 내려 선다.
'이젠 무슨 일이 터질 법도 한데....' 당연 잠시후에 길을 잃었다. 푸하하.... 이거 미쳐요...
동암문을 지나 오름길을 올라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틀어 내려서야 대간길인데... 무슨 귀신에 홀린 것도 아니고...
<동암문 표지판>
<동암문>
<통한의 갈림길.....아... 저 표지판에서 주흘산 쪽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지금부터 아직까진 길을 잃은 것도 모르고 가는 대간초짜의 알바길 상황입니다.... 너무 크게 웃지 마시길 초짜 눈치챕니다...푸하하)
직진으로 부봉으로 올라선다. 올라서는 길 또한 쉬운 길도 아닌 수직에 가까운 오름길이다.
아직까진 길을 잘못 든 것도 모르고 끙끙끙...헥헥헥... 아고 힘들어라.... 부봉에 올라섰다.
기념사진을 찍고 그곳에서 길을 묻는 세분에게 친절히 길도 가르쳐 주고 (길 잃은 넘이 길을 가르쳐 주는 이 아이러니를 어케 설명할 수 있을까?) 표시기가 붙어 있고 표시판이 가리키는 길로 당당히 내려선다.
<수직에 가까운 부봉 오름길...>
<부봉... 백두대간이란 글자가 선명히 적혀 있으니 의심이라곤 손톱 만큼도 안했습니다...>
10여분을 신나게 내려 갔을까... 표시기라곤 한장도 보이질 않고 길도 흐릿하다. 아...차.... 길을 잘못 들었다. 뻬~~~엑!!!
다시 오름길을 헥헥 거리며 올라와 바위굴이 있는 곳에 있는 표시기를 보곤 바로 바위굴을 통과.... 암릉길을 타고 넘고 간다.
얼마나 오르내렸을까... 짙은 안개 속... 이상한 생각...보이는 표시기라곤 산악회 표시기 밖에 없다. 이런 낭패닷!!!
거대한 바위와 바위 사이의 안부에 내려서서 그곳에 붙어있는 '박계남'씨의 전화번호를 보고 이곳 상황을 설명드리고 도움을 받으려고 전화를 드렸지만 불통지역이다.... 총체적 난국... 미궁 속으로 빠져 버렸다....
<부봉 정상에서 표시판 방향으로 직진하다 되돌아 와 바위구멍 속으로 내려가는 길...>
<안개속이지만 경치는 조~오~~~~~~~~~~타>
되돌아 갈까? 어떡해야 하나... 앞으로 나가기에도 길을 모르고 이곳이 어딘지 조차 모르니 더 애매하고... 탈출로는 보이질 않고...
다시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길.... 낡은 대간 표시기 한장이 바람에 흔들린다. 만세이~!!! 일단 길은 맞는 것 같았다(맞기는 쥐뿔...메렁이다)
희망을 가지고 전진이다... 조심스럽게 암릉을 타고 넘는다. 시간은 세시반을 훌쩍 넘기고 부봉을 출발한 지 한시간이 넘었다.
<보이는 암릉을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대간길아 잘 있거라 나는야 멀~어간다....짱짱짱.... 오호애재,통재라....>
거대한 암벽에 철사다리가 위용을 자랑하며 기다린다... 띠~용!!!
왠 철사다리... 철사다리가 이 길에 왠일이셔...!!! 새롭게 설치했나... 정보엔 없었는데.... 일단 오른다. 경치는 조오타....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게 점점 확신으로 다가선다.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한다.
'그랴 길을 잘못 들었다면 다음에 옆지기랑 주흘산 산행을 잡아 하늘재에서 출발하여 부봉까지 대간을 잇고 나머지 시간엔 영봉,주봉을 즐기면 되고, 맞다면 대간길을 즐기면 되고...'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진다.
잠시후 만나는 표지판과 119 안내판을 보고서야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았다.
이젠 만사 제쳐두고 탈출이다....
동화원으로 향하는 내리막 길을 내려선다. 한참을 내려서니... 왼쪽으로 표시기가 많이 붙어 있는 길과 직진으로 표시기가 두장 붙어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당연 오른쪽 내리막으로.... 한참을 내려서니 표시기 흔적이라곤 볼 수가 없다. 이거 뭐여.... 오늘 도.대..체....
<거대한 암벽을 올라가는 철사다리...>
<이 표시판 두개를 보고서야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았다... 하늘재까지 3시간 15분 소요... 푸하하>
짙은 숲속길... 내려가다 만난 이름모를 짐승 두마리... 나를 보더니 후다닥 도망을 가고 나도 덩달아 내림길로 바람처럼 도망을 간다.
멧선생 새끼라면 어미가 있을터... 만나면 죽음이다. 다리야 날 살려라 !!! 헥헥헥....
개울을 만나고 바위위에 놓여 있는 어느 산악회의 빛바랜 종이표시를 보고서야 한 숨을 돌린다.
개울을 건너 숲길을 한참을 걸어가니 주흘관에서 조령으로 올라가는 넓은 흙길이 나온다.... 만~~~~~~~~~~~~~~~세...
<보라색 선이 백두대간길, 하늘색 선은 헤메고 탈출한 길>
흙길에 올라서고 무조건 내림길로 내려가다 조령쪽으로 올라가시는 할머니 두분을 만났다.
차가 있는 곳 까지 가려면 몇분이 걸리는지 여쭈었더니 한시간 넘게 걸린단다. .....
조금의 여유를 찾고 한참을 걸어 내려가는데... 뒤에서 나는 차량소리... 무조건 손을 들었다.
차가 선다. 사정을 설명 드렸더니 그 고통 아신다는 듯이 선뜻 타랜다....
알고 봤더니 동화원 여사장님.... 마침 휴대폰이 고장 나서 점촌까지 수리하러 가는 길이라신다. 희한하다.
보통 때면 퇴근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오늘은 휴대폰이 고장나고 내일 있을 단체 손님들 때문에 오늘 반드시 고쳐야 하기에 나선 길이라나...
40키로가 넘는 점촌까지 태워 주신다.... 아..... 우연과 필연이 만나는 인연인가..... 깊은 감사를 드렸다.
차비를 드릴려고 해도 자기도 시간날 때 마다 대간을 타는 중이라 대간 타는 사람의 고충을 아신다면서 극구 사양이시다.
대신 다음에 문경새재 들럴 기회가 있다면 동화원에 한번 놀러 오시랜다. ... 다시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리다.
점촌 식당에서 옷을 갈아 입고, 씻고, 양치질하고, 된장찌게를 한그릇 비우니........... 긴장과 피로가 풀리는지 노곤하다...
점촌(버스)김천(기차)진영(택시)덕산.... 집으로 돌아오다.
<소요금액 ; 35,100원>
교통비 ; 26,000원
점촌-김천(버스) 5,400원 김천-진영(기차) 14,600원 진영-덕산(택시) 6,000원
식사비 ; 4,000원
된장찌개(1) 4,000원
간식비 ; 5,100원
음료수(1) 800원 맥주(2) 4,300원
<대간종주 준비물 소요경비 ; 86,050원>
전투식량(4) 12,400원 튜브고추장(1) 2,500원 쌀국수(10) 11,000원 건조쌀밥(100g*10) 15,000원 (30g*20) 10,000원 1인용텐트 13,400원
짜장(2) 1,600원 카레(2) 1,600원 닭고기(2) 4,400원 라면(6) 3,450원 양갱(12) 3,600원 건포도(2) 4,600원 소주(2) 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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