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完)

백두대간 종주 제12일차... 작점고개-윗왕실재...

紫雲 2008. 9. 19. 16:48

산행일시 ; 2008년 9월16일(화)

이동경로 ; 작점고개-용문산-국수봉-큰재-회룡재-개터재-윗왕실

산행시간 ; 10시간 05분(휴게시간, 간식시간 포함)

날 씨 ; 하루종일 맑음....

 

 <국수봉에서 보는 조망.... 올망졸망한 산들이 능선의 모습을 뽐내고 있다>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어쩌고 저쩌고...'로 시작되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들으며 어기적 거리다 엉덩이를 털고 길을 나서다. 삼각점만 덩그러니 있는 무좌골산을 거쳐 용문산으로 오르는 도중 앞에서 뭔가가 쌔앵하니 도망가는 넘을 만나다.

엉덩이와 꼬리만 보여지는 숲속에서의 날렵함으로 보건데 오소리 같은 넘이었다.... 아이쿠 놀래라... 가슴이 철렁....

 

햇살은 쨍하지만 짙은 숲길에 선선함으로 가득하다.

용문산으로 오르다 만나는 시커먼 움막.... 이게 뭔 시츄에이션.... 지도를 보니 기도터 같기도 하다.

혹시나 싶어 귀를 기울여 보지만 아무도 없는지 고요함만 가득하다....

 

9시가 가까워지자 날벌레들의 기상시간인지 귀 주위로 앵앵 거리며 성가시게 하고 어떤 넘은 눈으로 들어 온다.

아 짜증.... 고도가 높은 산에서는 만나기 힘든 날벌레들의 앵앵 거림이 제법 성가시다.

옆에 걸고 있던 수건으로 양옆을 가리고 선글라스를 쓰니 조용해서 좋긴 좋은데 바람도 없는 이 더운 산길에 수건으로 막아 놓았으니....

에구구... 더워라.... 조금의 시원함을 느낄 요량으로 수건을 살짝 올리면 어느새 알아 차리는지 앵~~~~~~~앵....

내가 참고 말지.... 수건과 선그라스로 무장하여 용문산에 오르다. 조망은 없다.....

 

 <용문산에 서다>

 

용문산 기도원이 가까워서인지 확성기에서 나오는 이름모를 소리들이 제법 시끄럽다.

국수봉으로 향하는 도중 앞에서 만나는 산고양이.... 이거... 이 동네는 제법 ....

이 산고양이는 사람을 무서워 하지도 않고 앞에서 계속 등산길을 인도한다.

내가 발걸음을 빨리 하면 고양이도 속력을 높이고 천천히 가면 이 넘도 천천히 나와 보조를 맞추는 듯 앞서 간다... 허허참...

- 하도 신기하여 사진을 찍으려고 몇번을 노력하다 자꾸 피하는 통에 사진에 담지는 못하다 -

국수봉 갈림길 도착전 내리막길에서 뒤로 힐껏 쳐다 보더니 오른쪽 산 속으로 내려가 버린다. "안내해 줘서 고마우이 냥이양반..." 쩜쩜쩜...

 

 <용문산 지나 국수봉 도착전 갈림길에 설치된 휴식처와 안내 표시판...>

 

국수봉 오르는 길... 이름을 생각해서 인지 자꾸만 국수 생각이 간절하다. 이 국수가 그 국수는 아닐 것인디...

그래도 ... 각종 야채를 볶아 고명을 준비하고 멸치다시물은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만들어 놓고 국수는 삶아 얼음물에 식혀 .... 쩜쩜쩜...

아~~~~~~.... 시원한 국수... 한그릇..... 에혀.....얼음을 동동 띄워 놓으면 그 시원함이란......

 

 <국수봉 오르는 길...>

 

 <국수봉 오르기 전 조망처에서 보는 영동군 추풍령면 웅복리 방향>

 

 <뒤돌아 본 용문산>

 

 <국수봉에 서다>

 

시원한 얼음국수 생각이 간절했던 국수봉을 지나 산길을 내려서... 한참을 걷다 앞에서 들리는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

아.... 대간꾼이구나.... 반가움이 앞선다.

조금 가다 보니 길에서 점심을 드시는 오십중반을 넘긴 중년의 부부를 만나다.

집이 근처에 계시는 분들이라 도토리와 버섯 채취를 위해 산을 올라 오셨단다.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권하지만...

자꾸만 눈길이 가는 건... 중년부부가 가져온 얼...음...물..... 꾸~울~~꺽....

 

부인되시는 분이 대간을 타시는 분이라 선뜻 식사와 얼음물을 권하신다.

염치 불구... 두눈 딱 감고 얼음물 2잔을 연커푸 들이켰다.

아~ 시원함이여... '이 얼음물이라면 약빨은 한시간은 족히 갈 거여...^)^'''

잠시 대간 이야기며 농사 짓는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다 얼음물에 양해를 구하니 자기들은 바로 밑에 두고온 차 속에 얼음물이 더 있으니 얼마든지 마시라며 권하신다. 푸하하... 감사감사.... 다시 2잔을 더 들이키니 배가 든든하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큰재를 향해 걸음을 옮기다.

 

 <큰재로 향하면서 뒤돌아 본 국수봉>

 

 <큰재 방면....>

 

큰재에 도착 옥산초등학교 안성분교(폐교)에 휴식처에 짐을 내려 놓고 음수대에 물을 틀어 보니 콸콸이다.

에헤라 디이~~여....

웃통을 벗어제껴 시원한 물을 그대로 뒤집어 쓴다. 내친김에 세수, 세족까지 곁들이니 시원함이 온몸을 감싸며 ... 이 아니 즐거울손가...

행동식 두개로 끼니를 때우곤 충분한 휴식을 취한뒤 초등학교 옆으로 난 대간길을 따라 산길을 오른다.

 

 <큰재에 서다>

 

 <큰재 표지판>

 

 <옥산초등학교 안성분교... 교정엔 쓸쓸함과 고즈녁스러움이...>

 

 <큰재 분수령 표지판 뒤에 있는 음수대>

 

 <초등학교 옆으로 난 대간길>

[큰재 및 옥산초등교 인성분교 폐교] 큰재는 상주시 공성면과 모동면을 연결하는 68번 지방도로 2차선 포장도로다. 옥산초등학교 인성분교는 폐교되었고 백두대간상에 자리잡고 있는 유일한 학교다. 학교 안에 세워 놓은 교적비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교적비, 옥산초등학교 인성분교장, 1949년 11월 9일 개교하여 졸업생 597명을 배출하고 1997년 3월 1일 폐교되었음, 1997년 3월 1일, 경상북도 교육감'

 

능선 하나를 올랐을까...앞에서 노년부부 두쌍이 정겹게 이야길 나누시고 계시고...

그 다음엔 당연한 수순... 인사... 사과 하나가 남았다면서 건네시고 남은 반찬까지 건네 주신다. 넉넉한 인심... 정겨움 가득한 대간길...

꿀맛 같은 사과를 먹고 마땅히 보답할 게 없어 행동식으로 준비한 쵸코바를 드리려 해도 손사레다. 허기야....에구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다시 뙤약볕 길을 걷는다.

 

추풍령에서 걸어 오며 느꼈던 것이지만 추풍령을 시작으로 계속되는 대간길은 방향감각을 잃기에 딱 좋은 길이다.

오르내림이 결코 심하진 않지만 계속 이어지는 직진을 결코 용남하지 않는다. 올라서면 돌고 돌아가면 또 돌고 ....

좌측으로 돌다가 360도 턴 하듯이 돌고 이 정도 돌았으면 직진이겠지 싶은길 마저도 돌아간다.....

영남이 성님의 '물레방아 인생' 노래가 절로 불러지는 길이다.

도올고 도오는 물레 방~~~~~~~아.... 인생......!!!

 

 <백두대간 전 구간에서 분수령의 고도가 가장 낮고 민가가 지척에 있어 이런 임도를 자주 만나게 된다.. 회령목장 가는길>

 

 <그 표지판>

 

 <임도를 따라 가다 대간길은 우측으로...>

 

 <회룡재 도착전 회령목장 옆으로 난 길을 가다 만나게 되는 옹달샘 표지판... 샘이 있는지 확인은 못함>

 

짙은 오솔길이 연결되는 회룡재에 서서 앞을 보니... 잘 익은 돌복숭이 열댓개가 떨어져 있다. 오호 횡재라....^_^

가을은 풍성함이 넘치는 계절이라더니.... 베낭을 내려 놓고 돌복숭을 주워 옷에다 닦고 먹어 보니 '돌복숭이 이렇게 맛있었던가?'....

한참을 먹고 다시 돌고 돌아가는 대간길을 나선다.

 

 <회룡재에 서다>

 

 <회룡재 표지판>

 

 <쌉쌀함과 달콤함으로 허기를 면하게 해준 돌복숭>

 

개터재를 거치고 윗왕실에 도착하니 오후 5시10분....

개머리재(소정재)까지 뺄까 생각하다가 2시간 30여분 길이기에 조용히 윗왕실재에 내려서다.

 

 <개터재>

 

 <윗왕실재 위로 지나는 다리>

 

 

오른쪽 포장도로 길로 따라 내려가다 민가에 들러 식수를 준비하고.... 어르신께 여쭙다....

'혹시 어르신께서 드실려고 준비한 소주가 있다면... 한병만 파실 수 없어신지....'

허허 웃어시더니 어르신이 드시던 소주는 댓병이기에 2홉들이 병에다 따라 주신다.

잔돈을 찾아보니 천원 한장만 있는지라 죄송하다며 드리고 다시 윗왕실재로 올라...

라면에 소주 한병으로 대간의 하룻밤을 보내다.

 

<소요금액 ; 1,000원>

간식비 ; 1,000원 -  소주(1) 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