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8년 8월27일(수)
이동경로 ; 빼재-덕유삼봉산-소사고개-삼도봉(초점산)-대덕산-덕산재-성황당재-부항령
산행시간 ; 11시간 15분(휴게시간, 간식시간 포함)
날 씨 ; 하루종일 맑음...
<삼봉산으로 오르며 거창 방면으로 펼쳐진 운해를 담다>
계속 늦잠이다... 아침 6시 눈을 뜨고 누룽지탕을 끓이는데... 텐트 밖에 묘한 기운이 감지된다.
플라이를 걷어 보니.... 배고픔과 따스한 기운을 찾아 온 것인지... 이름모를 한마리 새가 도망도 가질 않고 조용히 앉아 있다.
누룽지를 한 숟갈 뜨서 한구석에 놓아 두었더니 살짝 내려와 먹는다..... 오늘 아침은 새와 겸상이다.... ^_^
<배가 고파서인지 따스함이 그리워인지... 찾아와 한참을 같이 놀아 준 이름모를 새>
내가 움직이면 한쪽으로 비켜 날아갔다간 다시 앉으면 조용히 내려와 누룽지를 주워 먹는다. 배가 무척 고팠나 보다....
한참을 새와 노닥거리다가 작별을 하곤 7시15분 부항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삼봉산을 향해 열심히 오른다. 어제 푹 쉬었더니 아침 컨디션은 좋은 편이다.
능선을 치고 오르는데도 숨만 몰아 쉴뿐... 허벅지의 땡김이 없다.
오늘이 3일째... 선그라스의 유리를 이용해 얼굴을 쳐다보니 가관이다... 허허참
하기야 면도는 일요일 아침에 하고 한번도 하질 않았으니 ... 그래도 아직은 선도둑놈이 따로 없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덕유 삼봉산에 서다>
<덕유 삼봉산에서 보는 거창방면의 능선들...>
소사고개에 다다를 무렵... 채소농사를 짓는 곳에서 길을 잃었다.
밭 옆으로 난 표시기를 잘 따라 가다 어느 순간 주위에 표시기가 없어진 것이다.
이럴수가... 잘 따라 왔는데....
그렇다고 농사 짓는 밭 한가운데를 질러 갈 수도 없어 고민하다. 옆으로 이어진 농로를 따라 소사고개에 내려선다.
<삼봉산 암릉을 지나 전망좋은 바위에서 보는 소사마을 전경과 삼도봉(초점사), 대덕산>
<소사마을 좌측전경>
<소사고개 도착전 밭에서. ...>
소사고개에 내려서며 만난 아줌마께 길을 물으니 왼쪽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딴 대간꾼들이 내려오는 길이 있단다.
한 5분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소사고개 날머리와 들머리가 보인다.... 흠... 잠시 헤깔렸구먼.... 시계를 보니 11가 되어간다.
대간꾼들이 한번씩 들런다는 슈퍼에 들러 간식으로 음료수 두병과 빵 하나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 먹고, 필요한 휴지와 껌을 사고,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방랑시인 김삿갓 마냥.... 죽장에 삿갓은 아니지만 면도하지 않은 시꺼먼 얼굴에 스틱을 집고.... 푸하하
<소사고개에서 삼도봉으로 오르는 들머리>
<잠시 휴식을 취하고 체력을 보충한 탑선슈퍼>
소사고개를 벗어나 삼도봉(초점산)으로 오르는 길은 소사고개를 내려올 때와 마찬가지로 대간표시기는 채소를 재배하는 밭 옆으로, 임도로 연결된다. 또 잠시 길을 잃다... 이거 왜 이러는겨.... 산속에선 꼬박꼬박 잘도 찾아 가더니만.... 참나...
길이 없어 둘러 보니 사과과수원이다. 탐스러운 사과가 가을 햇살에 잘도 익어간다. .... 군침 꾸~울꺽....만 할 뿐이다.
<가을햇살에 탐스럽게 영글어 가는 사과... 5분여 알바한 곳에서>
이곳은 삼도봉(초점산)보단 대덕산이 더 유명한 곳인가 보다.
대간 표시기가 군데군데 있는 가운데 간단하게 나무판자로 만든 등산안내 표시판 2개는 '대덕산 등산로'로 되어 있다.
배추밭을 지나고 비닐하우스를 지나 자그마한 언덕베기로 오르니 마침 할머니-아마 조금전의 배추밭에서 배추를 뽑고 잠시 휴식을 취하시는 분들이시라...-들 10여명이 휴식을 취하다 내게 물으신다. 이 뙤약볕에 뭐하러 그리 올라 가느냐고...- 저두 몰라유...허허-
잠시 쉬었다 가라 하시며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신다. 산에서 만난 산꾼이 질문을 했다면 빼재에서 출발하고 부항령을 향해 간다고 하겠지만 대간을 모르시는 할머니들 이신지라... 경남 마산에서 왔다고 말씀드리고 인사만 드리고선 그늘막에서 쉬고 싶은 마음을 접고서 발걸음을 옮긴다.
<초점산으로 오르면서 뒤돌아 본 삼봉산... 밑으로는 알바한 채소밭...>
<삼도봉(초점산) 직전 전망 좋은 곳에서 바라 본 거창방면의 능선들>
<삼도봉(초점산) 직전 수도지맥 분기점 표시판>
평탄한 길을 따라가다 오른 쪽으로 삐알을 치고 오른다.
억새와 가시덤불이 베낭을 잡고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고 뙤약볕과 베낭무게는 오늘따라 더 자주 쉬게 만든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가자 가자.... 너도 나도 피안의 세계로 깨달음의 세계로.... 에헤라 디여~......
<삼도봉(초점산)에 서다>
<삼도봉(초점산)에서 바라보는 지나온 능선들...앞엔 삼봉산 그 뒤로 구름에 살짝 가려진 향적봉과 덕유능선들>
초점산을 지나 대덕산으로 향하는 길은 능선길이 부드럽다... 발끝에 가볍게 걸리는 억새의 휘어짐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발걸음도 가볍게 대덕산에 오르다 등산길 가운데 또아리를 틀고 일광욕을 즐기는 뱀을 만나다.
뜨악... 뱀이다아~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이다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스틱으로 수비자세를 취해 기다려도 공격은 하지 않을 모양이다. 다행이다.
니가 공격치 않으면 나도 니를 공격할 이유는 없제... 산 속에선 니도 나도 단순한 동물일 뿐이니... 서로 방해만 하지말자...
그라고.. 니도 이젠 겨울준비를 해야 겠제... 일광욕을 방해하기 싫어 비켜주기를 기다려 보지만 비켜주질 않는다.
살그머니 카메라를 꺼내 모습을 담으려니 초상권이 있는 뱀인지... 풀 옆으로 들어가 버린다... 허허 이거 참....
<엉겅퀴의 향기에 취한 나비를 담는다>
<나도 초상권이 있다고 카메라를 피하는 뱀을 담다>
대덕산을 지나 내리막을 타고 20여분 간 내려서니 유명한 얼음골 약수터를 만난다.
바가지로 얼음 같이 차가운 물을 두바가지를 들이키곤 패트병에 있던 식수를 전부 비우곤 약수로 충만시킨다.
-부항령에서 식수 때문에 쌩쑈를 할 줄 알았다면 이곳에서 패트병 3개에 식수를 전부 채웠을 것인디.... 하아.. 정보의 부족함이여...-
<대덕산에 서다>
<대덕산에서 바라 본 가야 할 능선길....>
<대덕산에서 덕산재로 내려서면서 만나는 얼음골 약수>
좌우단간 내려선 덕산재는 너무나 한적하다. 길 옆 그늘진 도로면에서 신발을 벗고 양말도 벗어 잠시나마 발을 해방시킨다.
20여분을 쉬는 가운데 지나가는 차라곤 달랑 두대...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도 않는다. 험험...훌라당의 유혹에는 빠지질 않았다. 푸하하
<한적함이 감도는 덕산재... 사진 좌측 컨테이너 박스 옆으로 대간길이 이어진다>
[덕산재] 덕산재는 경북 김천시 대덕면과 전북 무주군 무풍면을 연결하는 30번 국도로 2차선으로 잘 포장이 되어 있다. 고갯마루에는 휴게소와 주유소 건물이 있었으나 이용객이 적어서 그런지 지금은 건물이 산삼판매처와 약사보살을 모시는 곳으로 바뀌어 있고 한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며 휴게소와 주유소로 쓰던 넓은 터를 깨끗이 관리,유지하고 있다
멧선생이 등산길 옆을 파헤친 흔적들을 지나치며 한적한 등산로를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다 부항령에 내려서다.
자~아... 이젠 식수를 찾을 차례다.
도로 옆으로 난 도랑을 찾아 내려가 보았지만 흐르는 물의 양이 너무 적다.....
딴 대간꾼들도 이 물을 뜨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던 흔적이 보인다. 반으로 자른 패트병, 고무호스, 칭칭 동여 맨 고무줄... 쌓은 흙...
한참을 고민하다 히치를 선택 부항면 어전리 마을로 내려가 식수를 보충키로 하다.
<부항령 정자>
<부항령(삼도봉터널) 김천시 방면으로 서 있는 표시탑, 터널을 통과하면 무주군 무풍면이다>
선뜻 태워주시는 고마운 부부께 인사를 드리고 어전2리에 도착, 마을 첫집을 찾아 문을 두드린다.
비워있던 패트병 2개에 식수를 가득 채우곤 이젠 올라가는 차만 기다린다.
30여분 후 한대의 차가 오길래 손을 흔들고 세워 보려 했지만... 그냥 쌔~~~엥...... 이런 대략 난감....
부항령에 내려설 때 시간이 6시40분경, 물을 찾다 포기하고 히치를 선택 마을에 도착했을 때가 7시20여분, 8시가 넘어도 지나가는 차는 없고... 한대는 내가 강도로 보였든지 피해가 버리고... 베낭을 울러 메고 걸어 올라갈까 고민 ... 엄두가 나질 않아 포기하곤 마을 밑으로 터덜터덜 내려간다. 어전2리 마을회관 앞에 너른 공터와 수도꼭지를 보곤 일단 베낭을 내려 놓고 물을 틀어 본다... 콸콸콸... 얼씨구 절씨구...
노니 염불한다고 지나가는 차 한대 없는 가운데 버너를 꺼내고 코펠에 물... 라면을 끓이며 문득 생각... 이러다 차라도 지나가면....
얄궂은 생각은 꼭 들어 맞아요... 이런 걸 머피의 법칙이라든가....
라면이 펄펄 끓어 젖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군침을 흘릴 때 쌔앵~~~ 차 한대가 지나간다. 에혀...
맛있게 라면을 먹고 있으려니 또 한대가 쌔~~~~엥.... 이번엔 트럭이었다.... 가능성이 제일 높았는데.... 아...... 오호통제라...
이왕 베린 몸 에라~이.......라면을 비우고 룰루랄라 양치질, 세수, 세족...을 즐기다 시계를 본다 9시를 훌쩍 넘었다.
어떡허나 고민을 하든 차... 들려오는 차량소리.... 오호 감사합니다. 이번에 길 한가운데에 서서 양손을 흔들어 보인다.
서서히 서는 승합차... 너른 공간.... 선량하게 보이는 눈빛의 운전자.... 인사를 꾸벅 드리고 말을 하려는 찰라.....
쌔~~~~~~~~~~~~~~~~~엥....... 이런 닝기리...................!!!
이젠 10시가 가까워 진다.... 오기가 발동 걸어 올라 가기로 하곤 베낭을 메고 터벅터덕 걷는데.....
이 마을에 도착해서 물을 얻었던 고마운 집에서 문이 열리며 트럭이 나오는 게 아닌가.....
저거 놓치면 오늘은 죽음이다란 생각에 베낭무게도 잠시 잊고 날랐다....
터널 방향으로 올라 가려는 트럭 꽁무니를 헥헥거리며 필사의 심정으로 두드린다. 차가 섰다. 만....쉐.....이.........!!!
사정 설명을 드리니 기가 찬 듯 웃으시며 선뜻 타란다. 아하하..... 감사합니다.
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식수에, 트럭 제공까지 마다 않으셨던 어전2리 마을 첫집 부부께 몇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터널옆 정자 주위에 텐트를 치고 잠자리에 누우니 11시를 넘어서려는 순간이다....
아..... 식수 때문에 쌩쑈를 했던 부항령의 외로운 밤은 이렇게 깊어간다.
<소요금액 ; 7,400원>
간식비 ; 7,400원
음료수(2) 1,600원 빵(1) 600원 껌(2) 1,000원 휴지(1) 500원 초코바(6) 3,000원 아이스크림(1) 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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