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백두대간이 무엇이길래 이런 늦은 시간에 택시까지 타고 이곳 육십령.... 낯설고 물선 곳에 나를 서게했을까?...
8월24일 일요일... 윤정이 결혼식(큰누나 딸)에 참석하고 부랴부랴 대구서부 주차장으로 옆지기와 택시를 타다.
오후 4시50분... 서상까지 가는 버스(대구-전주행)표를 옆지기가 끊어준다. 안전산행 속에 즐거운 산행을 즐기라고 하면서.... 씨익.. ^_^
이미 육십령에 정차하는 버스(아침 7시24분, 12시18분, 오후3시52분... 하루 3대)는 가고난 뒤라 서상까지 가서 택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거창에 정차하고 안의를 거치고 나서는 버스 속에는 운전기사와 나, 단 둘뿐이다.
졸지에 이 거대한 버스를 혼자서 대절한 셈이다.
저녁 6시 50분경 서상에 도착... 또 비가 온가.... 아..... 대간 길은 비와 깊은 인연이다. 하지만 어쩌랴....
외로운 밤을 보내야 하는 처지라 터미날에서 소주 두병을 사서 베낭에 넣고 택시를 불러 육십령(택시비 6,000원)으로 간다....
주적주적 내리는 비에 육십령에 도착.... 거창 쪽 휴게실 옆 공터에 내렸다... 비는 한방울 두방울 내리고...
싸나이 마음은 비 속에 젖어 간다.... 어쩐다.... 비 속에 텐트를 쳐... 말아...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여기도 그랜드급 호텔이다. 콸콸 쏟아지는 물, 조명, 깨끗한 바닥....
비가 심해지면 화장실에서 비박을 하기로 마음 먹곤... 다시 밖으로 나왔다... 비가 그친다.... 만세 !!!
휴게소 공터에 텐트를 치고, 늦은 저녁을 라면과 쐬주 한병으로 때우곤 깊은 꿈속으로 빠져 들었다.
<서봉가는 길에 만난 나비와 벌의 향연>
산행일시 ; 2008년 8월25일(월)
이동경로 ; 육십령-할미봉-장수덕유산(서봉)-남덕유산-삿갓봉-무룡산-동엽령
산행시간 ; 13시간 20분(휴게시간, 식사시간 포함)
날 씨 ; 아침 짙은 안개, 맑음, 산행종료시 안개비...
으라아~~~~차!!! 이런 첫날부터 늦잠이다. 아침 5시30분 급히 잠을 깨고 부랴부랴 짐을 꾸려 육십령을 출발... 6시45분.
안개에 젖고 어제 저녁 잠시 내렸던 비에 젖은 나무잎이 나를 반긴다.... 어쎠옵쑈~!!! 그 다음엔 질퍽질퍽.... 뻔한 스토리...
그래도 할미봉까진 산행길이 좋아 신발 속까진 물이 들어오질 않는다.
기암괴봉의 운치가 있다는 할미봉이지만 짙은 운무로 시야는 확보되질 않는다. 정상 직전의 암봉들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운무다.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를 들고 구름이 걷히길 기다리다가.... 지리산 방향의 조망은 포기....
서봉과 남덕유산의 웅대한 봉우리만 잠시 구름이 걷힌 틈을 이용하여 담는다.
<할미봉에서 바라 본 서봉과 남덕유산>
<할미봉 정상을 지나 수직계단에서 바라 본 구름 걷힌 서봉과 남덕유산>
<할미봉 정상 지나 설치된 계단과 수직에 가까운 암벽 경사길>
<할미봉 지나 조망처에서 바라 본 좌측의 할미봉 직전 암봉과 우측의 할미봉 정상>
수직에 가까운 내리막을 이제 막 새로 만든듯한 계단을 이용해 내려서고, 가파른 바위경사 사이로 걸려진 로프를 잡고 내려서서...
서봉으로 발걸음을 디딘다. 아직까진 발걸음은 가볍다.. 쌩쌩.... 룰루랄라....
서봉으로 향하다 첫번째로 만나는 덕유교육원 갈림길의 대간길 방향의 대간표지기가 대부분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다.
누가 이런 몰염치한 짓을 했을까?...
대간표시기는 우리 같이 홀로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사람들에겐 생명과도 같은 역활을 하는 것인데....
땅에 떨어진 대간 표시기 중 찢어지지 않은 성한 것만을 골라 다시 나무에 부착하곤 길을 걷는다.
<지나 온 할미봉과 능선>
<운무가 서서히 걷혀지는 서봉...>
<서봉 오르는 길 오른쪽 밑으로 보이는 덕유교육원과 거창군 북상면 방면...>
<손에 잡힐 듯 다가 선 서봉...>
서봉 정상 직전에 참샘이 있단 정보를 알고 물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기에 서봉 직전에서 물이 간당간당....
참샘이 있다는 왼쪽으로 내려간다. 참샘 표시판이 있고 얼마 안가... 참샘이 있다.
진짜 신기하게도 거대한 바위가 갈라진 10Cm의 틈새로 물이 나온다. 어떻게 저 틈새로 저렇게 콸콸 쏟아지도록 물이 나올까?
시원한 약수를 한바가지 마시고, 수통에 물을 채우곤... 헥헥 거리며 다시 올라오다.
<서봉 가기 전 꿀의 달콤함에 취해 있는 나비를 담다>
<서봉 직전 표시판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돌무더기를 지나 30여 미터 내려가면 만나는 참샘 표시판>
<참샘 표시판에서 20여미터 지나면 만나는 참샘>
<바위가 갈라진 틈새로 물이 나와 바위구덩이에 담기는 참샘>
그늘 한점 없는 서봉 정상에 서다. 전후좌우 시원스런 조망이 펼쳐진다.
잠시 조망을 즐기곤 내리막을 내려섰다 다시 올라서는 길을 떠나야지... 남덕유산을 향해....
서봉에서 남덕유산을 내려서는 길도 급경사다. 계단이 없었다면 여기도 굉장히 위험한 구간이다.
<멀리 할미봉과 깃대봉을 잡아 보지만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지척에 보이는 남덕유산>
<남덕유산 좌측으로 가운데 들어 간 부분이 월성치, 그 뒤로 구름에 덮혀 약간 보이는 삿갓봉, 구름에 완전 가려진 무룡산...>
<서봉 정상을 지나 직각에 가깝게 설치된 철계단>
그늘이 있고 바람이 잦지 않는 곳에서 버너와 코펠을 꺼내고 주위를 살피며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는다.
너무 더위에 지쳐 물을 많이 먹었던 탓인지 라면이 자주 목에 걸린다.... 별맛도 느껴지질 않는다....
다만 먹지 않으면 안되기에 먹는 것일뿐.... 이런 걸 '죽지 않기 위해 먹는다'라고 해야 하나....
아침도 라면과 누룽지 짬뽕이 목에 걸리더만.... 뭔가 식사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억지로 한그릇 때우곤 다시 걷는다...
제법 빡센 경사를 오르려니 심장의 박동이 높아지고 숨은 헐떡 거리기 시작하고 장딴지와 허벅지에 힘이 가해진다.
힘들어 하는 다리를 다독이며 남덕유산에 서다...
재작년 3월경에 올랐을 때는 짙은 운무로 제대로 된 경치도 즐기지 못했는데... 오늘은 그 때를 보상이라도 하듯 전후좌우 조망을 즐긴다.
<남덕유산에서 바라 본 서봉>
<남덕유산 정상에 서다>
[덕유산(德裕山)] 전라북도 장수군(長水郡)·무주군(茂朱郡), 경상남도 거창군(居昌郡)·함양군(咸陽郡)에 걸쳐있는 백두대간 중의 고산(高山). 북덕유산(제2덕유산)이 1594m, 남덕유산(제1덕유산)이 1507m이다. 최근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 무주구천동(茂朱九千洞)계곡이 이 곳에 있다. 또한 황강과 남강 및 금강 상류를 이루는 여러 하천이 발원하여 낙동강 수계와 금강 수계의 분수령을 이루며, 울창한 수목과 백련사(白蓮寺)·안국사(安國寺)·구천폭포(九千瀑布)·적상산성(赤裳山城) 등의 명승고적지가 매우 많아 무주군을 중심으로 그 일대가 1975년 2월 1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남덕유에서 영각사로 내려가는 철계단과 좌측 멀리 월봉산 방면의 능선들...>
지친 몸을 다독이며 월성치를 지나고 삿갓봉을 넘어 삿갓골재 대피소에 오후 4시 도착...
월요일이라 등산객은 한명도 없고 큰 대피소를 산장지기 한명만이 지키고 있었다.
시원한 음료수 2병을 사서 마시곤 식수를 구하기 위해 샘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다.
연속종주 대간길은 베낭 무게를 최대한 줄이는 것과 식수 확보를 위한 정보가 필수적이다.
물이 귀한 동엽령에서 야영을 해야 하기에 2리터 물병 3개에 물을 가득 채우니 이거이 베낭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하기야 갑자기 5kg이나 늘어 났으니..... 쩝쩝....
<남덕유산을 지나 가야 할 능선길>
<지나 온 서봉과 남덕유산의 능선>
<삿갓골재 대피소>
운무가 덮기 시작하는 무룡산을 억지로 넘고...
<운무 자욱한 무룡산 오르는 길...>
<무룡산 정상에 서다>
동엽령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넘었다.
심한 바람과 안개비가 자욱한 가운데...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여 쐬주 한병을 비우곤 야영.... 밤 12시가 조금 넘어서 심한 추위로 잠을 깨다.
텐트 밖에 불고 있는 바람소리가 장난이 아닐 정도로 심한 가운데 추위를 견딜 수 없어 준비한 여벌의 옷을 껴입고 방풍의를 입어도 추위를 막지 못한다. 몸이 덜덜 떨리고 속으론 욕지기가 기어 나온다. 가스 버너를 켜면 그 때뿐 끄면 다시 추위가 엄습한다.... 이런 우..라..질..!!!
그렇다고 텐트 속에서 가스버너를 계속 켜두면...아이고 생각하기도 싫다 ^)* .... 얼른 날이 밝기 만을 기다리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소요금액 ; 31,600원>
교통비 ; 21,500원
덕산-마산(버스) 1,100원, 마산-대구(버스) 5,700원, 대구-서상(버스) 8,700원, 서상-육십령(택시) 6,000원
간식비 ; 10,100원
음료수(대구,2) 3,100원 (삿갓골재대피소,2) 3,000원 소주(2) 4,000원
'백두대간(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 종주 제8일차... 빼재-부항령 (0) | 2008.09.01 |
---|---|
백두대간 종주 제7일차... 동엽령-빼재... (0) | 2008.09.01 |
백두대간 제2차 종주... 육십령에서 은티재까지 다녀오겠습니다... (0) | 2008.08.23 |
1대간 9정맥 종주길.... (0) | 2008.08.19 |
백두대간 구간별 실측거리 (0) | 2008.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