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판사 이정렬, 손석희 인터뷰…네티즌 ‘폭풍응원’ | ||||
“‘FTA 재협상 TF’ 찬성 반나절새 116개 돌파…너무 놀라워” |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한미FTA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 구성 제안과 관련 2일 “글이 게시된 지 12시간도 안돼서 지금 116명이 동의한다고 의사를 표시했다”며 “상당히 너무 놀라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동의 의사를 표시할 판사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김하늘 부장판사는 1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한미 FTA 관련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우리 사법주권을 명백히 침해하고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동의하게 됐다”며 재협상을 위한 TF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12월 한달 동안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는 판사들의 댓글이 100개를 넘으면 청원문을 만들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12월 한달을 의견수렴 기간으로 잡았지만 이날 오후 6시께 이미 100명을 넘어섰고 2일 오전에는 116명이 동의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 판사는 “판사들이 자신의 의견을 외부로 표시하는 일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 김 부장판사도 부의기간을 한 달로 잡으신 걸로 생각한다”며 “(그런데) 글이 게시된지 12시간도 안 돼서 100명 이상의 판사가 동의한다고 의사를 표시했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법원이 되겠다, 국민과 소통을 하시겠다고 훌륭한 화두를 주셨다”며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표시한 의견을 무시하진 않을 것이다, 당연히 판사들과 소통을 하려고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하늘 부장판사의 글과 관련 한미FTA의 문제점에 대해 이 판사는 “크게 보면 불공평하다는 것과 우리나라 주권을 침해한다는 그 두 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FTA 협정이 국내법보다 우선하게 돼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FTA 협정보다 미국 국내 연방법이나 주법이 우선하게 돼 있다, 이게 먼저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판사는 “개방한 방식을 보면 협정에 명시된 사항을 뺀 나머지를 개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네거티브 방식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국력이 약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게 되면 우리나라한테 일방적으로 불리해진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역진방지조항이라고 해서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게 만들어놨는데 우리 정부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어서 정책을 바꾸려고 해도 바꿀 수가 없게 막혀져 있다”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 판사는 “무엇보다 판사인 제가 크게 관심 갖고 있는 건 우리나라 사법주권이 침해됐다는 것”이라며 “불리한 조항들 때문에 향후에 미국 투자자가 한미 FTA 협정위반을 이유로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내다봤다. 이 판사는 “그런 분쟁이 생겼을 때 우리나라 땅에서 벌어진 거니까 당연히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가져야 되는데 엉뚱하게 제3의 중재기구에 관할권이 있다, 이게 이른바 ISD 조항”이라며 “이게 우리 법원의 재판권, 주권 중에서 사법권이 박탈된 부분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권 팔아 나라를 팔았다…날치기로 민주주의 유린”
한미FTA에 대한 본인의 정확한 입장과 관련 이 판사는 “판사란 직업이 어떤 행위가 법적 요건에 맞는가 아닌가 판단하는 직업이다”며 “그런 요건은 실체적인 부분과 절차적인 부분으로 나눌 수가 있는다”고 전제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통과된 협정비준안을 보면 실체적인 부분에 있어선 대한민국 주권인 사법권을 대한민국 법원이 아닌 외국 중재기관에 넘기는 것은 주권을 팔아서 나라를 팔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또 이 판사는 “절차적인 부분에 있어선 이 비준안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도 않고 비공개 날치기로 통과가 돼서 토론과 소통을 참 중요한 가치로 해야 되는 민주주의가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오히려 유린됐다”며 “법을 하는 판사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너무나 화가 났었다”고 11.22 날치기 처리를 맹비난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에서 무효라고 하기 전에는 FTA 협정에 따라서 제 업무를 해야 되는데 앞으로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나름대로 그런 울분을 페이스북에 표시도 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그러다 보니까 최은배 부장판사가 제 페이스북 친구인데 비슷한 내용으로 글을 올렸길래 동감한다는 취지로 ‘좋아요’라고 표시를 했다”고 밝혔다.
“ISD 내 업무…수사권 말하는 검경도 중립의무 위반인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배 논란에 대해 이 판사는 “지금 판사들이 얘기하고 있는 건 어느 정당이나 정파 편을 들자는 게 아니다”며 “한미 FTA 협정 중에서 ISD에 관한 문제는 사법주권에 관한 거고 법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법률가인 판사들에게는 본연의 업무에 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판사는 “판사업무에 관한 부분을 얘기하는 게 정치적 중립의무에 위반된다면 요즘에 얘기되고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 본연의 업무에 관해서 말씀하시는 검사님들이나 경찰관님들 모두 자기 업무를 얘기하는데 이거 다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하고 계신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판사의 성향이 드러나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논지에 대해서도 이 판사는 “판사들 중에서 일을 하다가 업무상 여러 가지 법적 지식을 얻게 돼서 논문을 쓰는 판사님들이 상당히 많다”며 “그 논문은 법적쟁점에 관해서 쓰게 되니까 그 판사의 견해가 외부로 드러나게 된다”고 예를 들어 반박했다.
이 판사는 “(논문으로 견해를 표시한) 그 판사한테 그 사건이 배당이 됐다면 당사자는 ‘이건 공정하지 못하다, 이 사람은 벌써 결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라면 역으로 얘기하면 판사는 논문 쓰면 안 된다, 이렇게 된다”며 “이게 정당한 결론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업무상 얻은 지식이나 결과를 논문으로 해서 서로 같이 공부하고 나누자는 게 잘못됐다는 결론은 정당한 결론인지, 그런 내용이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SNS 이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한 것에 대해선 이 판사는 “필요하다는 것도 동의하지만 그 기준을 판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대법원이나 법원행정 소속 기관이 만드는 건 반대”라고 밝혔다. 그는 “법원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병폐가 법관이 계속 독립성을 상실해가면서 관료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며 “인사권을 갖고 있는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가 기준을 만들어 버리면 그게 아무리 권고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판사들한테는 권고가 아니라 그냥 통제지침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SNS를 자주 쓰는 판사들이 모여서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논의를 해서 기준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그런 움직임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에서 우리법연구회와 자꾸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 이 판사는 “한미FTA와 관련 우리법연구회 차원의 의견을 가진 적도 없고 낸 적도 없었다”며 “판사들로 구성된 학술모임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통일된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게 사법부 판사들에 대한 오해거나 아니면 정치적 음모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렇게 판사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우리법연구회랑 관련지어서 보도 하시는데 억울하기도 하고 화가 많이 난다”며 “우리법연구회가 회원이 아닌데 회원이라고 보도하는 그런 데도 있었다”고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이 판사는 “최은배 부장판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우리법연구회 말고 다른 학술단체에도 많이 가입이 돼 있다”며 “그 학술단체는 문제 안 삼고 왜 꼭 우리법연구회하고만 연관을 짓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래서 뭐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치적 목적이 있더라도 제대로 알고 하셨으면 참 고맙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세상에 ‘돌+아이’가 많은 걸까, 내가 ‘돌+아이’가 아닌 걸까”
이 판사의 ‘하고 싶은말 시원하게 하는 개그맨들이 너무 부럽다’는 페이스북 언급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부러우면 개그맨 되라’는 반응도 보였고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현재 지위와 권력에다가 연예인의 권한과 정치적 권한도 누리고 싶다는 얘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판사는 “참 어이가 없더라, 개인으로서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도 못 누리나는 생각에서 우스갯소리로 한 것인데 요새 정치인들께서 가벼운 우스갯소리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김 판사는 “국민의 대표시라는 국회의원이나 영향력 있는 언론사에서 참 훨씬 낮은 지위에 있는 판사들 수준보다 너무 저급하게 하신 지적에 대해서 대꾸하고 싶진 않은데 (질문하시니) 말씀드리자면 지금 판사하면서 여러 가지 자존심, 자부심, 보람, 사명감을 느끼고 있는데 개그맨이 제 적성이고 개그맨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게 훨씬 더 크다면, 판사 안 하고 개그맨 해서 국민들께 희망이나 기쁨을 드릴 수 있다면 당연히 개그맨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요새 개그맨 분들 보면 너무 탁월하셔서 저는 발끝도 못 따라갈 것 같다”며 김 판사는 “무엇보다 개그계가 원할하게 잘 돌아가고 있지 않느냐? 잘 굴러가고 있는 영역에 저 같이 능력 안 되는 사람이 뭐하러 거기 들어가겠나, 양심상으로도 안 되고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재치있게 답변했다.
손석희 교수가 이날 인터뷰와 관련 ‘혹시 법원 내에서 어떤 불이익은 없겠죠’라고 묻자 이 판사는 “불이익 받고 싶은 사람 어디 있겠냐”며 “저도 그랬으면 좋겠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이 판사의 인터뷰는 이날 아침 많은 직장인들이 출근길에서 들었고 트위터 등을 통해 소감평이 쏟아졌다.
“창원지법 이정렬부장 판사님(@thundel ) 인터뷰 앞두고 떨린다고 하시더니, 속시원하고 똑부러지게 말씀 잘하고 계시네요”, “저도 들었어요. 아침부터 흐뭇하네요”, “이정렬 판사 시선집중 출현 그 용기에 박수. 생각해보니 FTA 이후 거기에 맞춰서 판결을 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나 안타깝다는 의견이 신선했다. 김하늘 판사의 의견에 12시간만에 116명이 동의한 것도 판사들 또한 이 조약이 문제가 많다는 생각”,
“이정렬 판사님 시선집중에서 하신말씀 지당하십니다, 지지합니다, 앞서 김하늘 판사님도 응원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우리편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저의 착각이었군요”, “이정렬 부장판사, 명쾌하고 올바른 판단을 적극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사법부에 또 하나의 희망입니다. 많은 분들 응원해주세요”, “창원지법 이정렬 판사님 상당히 매력적인 분이시군요! 시선집중 잘 들었습니다!” 등의 멘션이 이어졌다.
한편 이 판사는 1일 오후 트위터에 최근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격려 멘션에 대한 감사의 글을 올렸다. 그는 “2004년도에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비롯한 여러 사건에 관하여 했던 제 판결내용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저를 가리켜 ‘돌+아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좀 혼란스럽다. 세상에 돌+아이가 이렇게 많은 걸까? 아니면, 제가 돌+아이가 아닌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귀하고 소중한 말씀들 너무나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정렬 판사가 1일 트위터에 올린 글 전문.
2004년도에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비롯한 여러 사건에 관하여 했던 제 판결내용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저를 가리켜 ‘돌+아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머 별로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가 했던 판결들에 대해서 ‘좀 더 열심히, 좀 더 잘해 볼 걸...’하는 아쉬움은 있어도 ‘그렇게 하지 말 걸...’하는 후회는 없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돌+아이가 되어도 좋다. 충분하고도 심도 있는 연구 끝에 그것이 옳다고 판단되면 난 내 길을 간다’ 이런 식으로 지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서 저를 격려해 주시거나, 제게 과분한 칭찬을 주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좀 혼란스럽습니다. 세상에 돌+아이가 이렇게 많은걸까? 아니면, 제가 돌+아이가 아닌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귀하고 소중한 말씀들 너무나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저를 격려해 주시지만, 솔직히 저하고 친구하자고 하신 분들 중에서 저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실거라고 믿습니다. 그래도 상관없구요. 저를 욕하셔도 좋고 저를 싫어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가진 언론자유에 관한 기본권이 소중하듯이 저를 욕하시는 분들의 언론자유에 관한 기본권도 소중하고,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너무 심하게 욕하지는 말아 주세요. 저두 잘 삐치고 쉽게 상처받는 사람이걸랑요.
페북을 하면서 제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요. 제게 메시지를 주시거나, 친구요청을 하시거나, 답글을 달아주신 분들께 꼭 답을 해 드려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 안 되면 좋아요를 누르는 방법으로라도 반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무리 페북에 글 올리는 곳 명칭이 ‘담벼락’이라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진짜 담벼락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외롭고 허무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트위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제게 말씀을 주신 분들 모두 바쁘게 세상을 살아가시는 분들이겠지요. 그런 와중에도 소중한 시간을 내셔서 제게 그렇게 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해 주신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말씀에 대해 꼭 답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에 제게 주신 말씀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말씀을 올리기에는 제게 주신 말씀의 양이 너무나 많아요...ㅠㅠ 안 그래도 능력 없는데... 그래도 제게 주신 소중한 한 말씀 한 말씀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든 감사의 말씀을 올리거나 제 생각을 전해 올리도록 해 보겠습니다. 다 하려고 하다 보면 일 주일이 될지, 한 달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엄청 걸리겠지요. 그래서 답변의 말씀을 늦게 드리더라도 너그러운 이해와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할 수 있는데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해 볼 생각입니다.
행복한 저녁 시간 되셔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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